제목 : 프랑스 남편과 사는 얘기 4
일주일간 남프랑스 프로방스지방을 다녀왔습니다. 영국작가 피터메일(Peter Mayle)의 베스트셀러 '프로방스의 일년(A Year in Provence)'의 배경이 된 Luberon이란 동네였지요.
바람에는 라벤더 향기가 진동하고 곳곳엔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가 지천인데다 프로방스의 마스코트인 매미소리는 숲에서 보다 시내 여행품 코너에 더 끊이질 않았구요, 프랑스인보다 프로방스를 더 사랑한다는 영국관광객들로 초가을의 프로방스는 북적 북적하더군요. 저희 동네에선 찾을 수 없어서 원본을 주문해 읽은 피터메일의 책이 그 곳 서점에는 원본, 불어본, 그 외의 저서들이 즐비했구요. 호텔에서 제공된 식사메뉴에는 프로방스식(대개 올리브오일, 토마토, 마늘, 프로방스허브로 조리된)의 갖가지 생선, 야채, 버섯 그리고 햇볕을 넉넉히 받은 과일들이 풍성하고 함께 제공된 프로방스의 로제와인은 깊은 맛은 아니지만 가볍게 마시기 좋더군요.
Mistral 이라고 불리는 북풍은 9월 중순에 이미 그 세력이 만만치 않대요. 여행을 많이 다녀보신 분들이라면 편하게 걸칠수 있는 따뜻한 스웨터나 긴팔 남방의 중요성을 아실 텐데요, 유럽쪽은 여름이래도 워낙 변덕이 심하고 더운 나라는 더운 데로 식당이나 호텔에서 에어컨을 세게 틀기 때문에 덥다고, 여름이라고, 반팔만 챙겼다간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 걸리기 십상이지요.
여행가기 전 주말엔 차고에 정신없이 쌓아두었던 물건들을 벼룩시장(Vide Grenier)에 내다 팔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차고세일(Garage Sale)이나 이사세일(Moving Out Sale)이라고 해서 동네신문에 두세줄짜리 광고를 낸 후 원하는 때에 자기 집 앞에서 하는데 프랑스는 시청에 등록해서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장소에 자리를 배정받아야 하더군요. 새벽같이 일어나서 차에 물건싣고 벼룩시장 장소에 도착한게 아침 6시가 채 안되어서 였는데 이미 도착한 전문 골동품 상인들이 입구부터 차 안을 플래쉬로 비춰보며 살만할 물건을 찾대요.
프랑스 사람들, 가난하건 부자건 물건 절대 안 버리는 거 아시죠? 예를 들어 우리는 접시가 이가 나가면 재수없다고들 해서 바로 바로 버리잖아요? 프랑스 사람들은 안 버리더군요. 두 쪽 나면 본드로 붙여 쓰고 이가 나가도 말 그대로 박살이 나지 않는 한 '국물만 안 흐르면' 두고 쓰더라구요. 결혼하고 처음 제가 버린 물건들 1번이 바로 남편이쓰던 이 나간 접시들 이었는데 지금도 남편은 제가 버린 접시 얘기를 한답니다.
워낙 자잘한 장식품이나 골동품쪽에 취미 없는 저에 비해 남편이 보관해 온 거미줄이 치렁치렁 달린 자잘한 물건 목록들은 집을 정리하면서 제 기를 탁탁 막히게 했는데요. 뭐 고조 할머니 쓰던 거, 증조 할머니쓰던 거, 남편이 혼자 쓰던 물건들, 오래된 오븐, 정리함, 소리만 큰 진공청소기, 제 알레르기 탓에 접어둔 카페트들 등등 안 그래도 정리할 공간이 부족하던 차에 다 벼룩시장에 내놓고 팔았답니다.
그 날 수입이 300유로 정도였는데 길에서 장사한다는게 얼마나 피곤한 건지 그 하루의 피곤이 일주일을 가더라구요. 참, 그 날 판 물건 중에 은뚜껑이 달긴 작은 사기 맥주잔도 있었는데 전문상인에게 5유로에 팔았거든요, 프로방스를 둘러보다 들린 골동품가게에서 그보다 조금 작은걸 80유로를 붙여 놓았더군요. 하하. 어쨌든 더이상 쓸모없는 물건들을 처리할 방법이 있다는게 좋더군요. 그 날 하루 수입으로 욕실의 샤워 커튼 치우고 샤워문도 새로 달았구요.
혹시 석화(껍질굴) 좋아하시나요? 남편이 안 좋아하는데다 가격이 비싸고 열기 힘들어서 잘 안 사는데요, 동네 Vin et Gastronomie 행사(일년에 한번 포도주와 지역 별미를 모아놓죠)엘 가니 시식할 수 있더라구요(물론 돈 내고
. 레몬 한 쪽이랑 샬롯식초를 곁들여 주는데 와- 초고추장 생각나대요.
아무리 좋은곳엘 가도 여행가면 늘 집생각 나잖아요? 집에 오니 정말 좋으네요. 다들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 엄마에게 또 한 번 멀리사는 원망 들었답니다. 그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