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통신 시장 3강 ‘일단 찜’
도안구 기자 eyeball@bnimedia.com
통신
KT와 SK텔레콤의 통신 2강 체제에 LG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LG는 최근 자회사인 데이콤을 통해 한국전력의 파워콤을 인수키로 함으로써 ▲무선 사업자인 LG텔레콤 ▲국제·시외 전화 사업자인 데이콤 ▲통신 장비 업체인 LG전자 ▲전력선 사업자인 파워콤 등 4개의 통신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통신 그룹으로 거듭나게 됐다.
규모 면에서 KT에 버금가는 수준의 유선 인프라를 갖고 있는 데이콤에, 파워콤의 우수한 망 자원을 획득함으로써 외형상으로는 LG가 KT를 앞섰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하지만 LG의 집중 도전을 받게 될 KT는 시내 전화 시장의 95%를 획득하고 있으며, KTF와 KT아이컴을 통해 명실상부한 유무선 1인자를 확고히 하고 있다.
SK텔레콤도 1700만 이동통신 가입자를 무기로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현재 KT의 아성인 기업용 음성 전화 시장에 ‘무선 구내 전화 사업’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무선 시장에서 다진 기반에 힘입어 유선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에 LG를 KT, SK텔레콤과 동일 선상에 두고 3강 체제로 칭하기에는 아직 LG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무선 통신 부문의 LG텔레콤은 현재 470만명 가량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만년 3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데이콤은 우수한 유선 망을 보유하게 됐지만 유선 사업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KT가 민영화 된 이후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비해 파워콤을 인수한 데이콤은 지금부터 약 1년은 조직 정비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LG가 하나로통신을 인수해야만 KT, SK텔레콤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LG가 하나로통신을 인수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데이콤은 10월 말 기준 14만 7000명 가량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1000만 가입자 시대인 상황에서 데이콤의 점유율은 2%도 채 안 된다.
VDSL 사업에 우선 진출해 차별화를 꾀할 수도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며, 또한 강력한 ADSL 가입자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반면 하나로통신은 같은 기간 287만 7000명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시내 전화 사업에서는 전체 가입자 2347만명의 4.3%인 1만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거기다 KT가 VDSL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지금껏 쌓아온 초고속 인터넷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은 VDSL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을 여력이 없다.
결국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각자가 갖고 있는 이러한 고민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이 합병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하나로통신이 순순히 LG 품으로 뛰어들겠느냐는 것과, LG가 언제까지 통신 분야에 투자할지의 여부다.
삼성, SK, 롯데 등 하나로통신 주주들이 LG를 호랑이로 키울 리 만무하고, 주식을 넘기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어 높은 가격을 받아내려고 할 것도 자명하다.
따라서 파워콤의 민영화를 두고 통신 업계 3강을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통신 시장이 3강 체제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칼자루는 LG의 통신 사업에 대한 의지와 하나로통신 주주들이 쥐고 있다.
그러나 통신 3강을 염두에 두지 않은 LG(데이콤)의 파워콤 인수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