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프랑스 남편과 사는 얘기 7
제 남편은 한국에서 오는 선물을 제일 좋아합니다. 여기선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를 빼면 '선물'이라 불릴 만한 걸 주고 받을 일이 그다지 없는데다 한국에서 오는 물건들은 저희가 여기 본토에서도 안 사는(못 사는?) 일명 '쩨', 브랜드 제품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제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삐에르가르뎅 펜이나 닥스, 니나리찌가 붙어 있는 넥타이, 양말, 하다 못해 우산까지 챨스 쥬르당이고 얼굴 닦는 수건도 삐에르 발만 입니다. 다 한국에서 왔지요. 우리 한국 사람, 좋은거 아니면 안 씁니다.
반면 저희가 쓰는 물건중엔 한국 상표도 꽤 있습니다. 남편이 면도 후 바르는 화장수는 랑콤이나 니베아가 아니라 우리 상표 이자녹스 입니다. 제가 한국갈 때 꼭 사오는 것 중 하나인데 한국에서도 그리 싸지 않아서 스킨, 로션, 크림까지 엄마 카드로 긁었지요. 시집 간 딸은 도둑이라더니 저는 거의 테러리스트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여름 휴가 보내고 떠나오기 전에 제 엄마가 '너희 가고 나면 보고 싶어서 어쩌냐' 하시더군요. 한 달 후에 카드값 나오면 안 보고 싶을 거라고 조용히 일러드렸습니다. 남편 피부가 건조해서 각질이 하얗게 뜨는데 이자녹스쓰고부턴 반질 반질해 졌습니다. 오히려 저보다 더 많이 써서 구박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화장품을 사면 엄청난 양의 샘플과 각종 선물을 줍니다-과연 우리 나라, 좋은나랍니다. 그렇게 챙겨온 샘플들이 또 한 가방인데 여행갈 때나 남편 출장갈 때 그 빛을 발하지요.
또한 한국제 양말과 백양이나 태평양에서 만드는 면제품의 품질은 캘빈클라인이나 휴고보스가 따라 가려면 한참입니다. 남편과 시아버지가 신는 BYC 양말은 얇으면서도 질기고 통풍이 잘되며 따뜻합니다. 저희 시아버지, 여름엔 BYC 흰색면티 하나 달랑 입고 정원일 하십니다. 저희 시어머니, 아무리 빨아도 늘어지거나 누래지지 않는다고 감탄하셨지요. 저희 시어머니는 소형, 중형, 대형, 용도별 혹은 손 크기별로 고를 수 있는 코멕스 고무장갑의 팬이시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청바지를 사면 길이가 엄청 길지요. 높은 굽을 신고 바지로 덮으면 키가 커보이고 다리가 길어 보이기 때문에 한 폼 납니다. 따라서 한국의 바지 단 자르는 기술도 가히 수준급입니다. 자른 바지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중간을 자르고 끝단을 다시 이어 붙여주거나 바지 통이 좁아 길이가 신발에 걸리는 경우, 바지 한 쪽 혹은 양 쪽을 V자로 벌려주면서 5000원 받는건 우리나라 아니면 안해줍니다.
요즘 여기 슈퍼에 말린 자두가 한창이더군요.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한국 모델들이 프랑스 오면 사가는 품목중에 하나랍니다. 그 말을 듣고 주말에 통화하면서 '말린 자두 좀 보낼까요' 했더니 제 엄마, 거 뭐에다 쓰는건데? 하십니다. 비타민 E랑 철분이 많아서 한국 모델들이 꼭 사간다는데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됐다, 비타민E는 청국장이 최고야, 요전에 담갔는데 남들이 나눠 달라고 난리다, 난리.' 할말 없습니다.
이런 물어본 사람이 민망한 상황은 한국가기 전에도 있었지요...
쨈 좀 사갈까요? -그거 누가 먹는다고? 냉장고에 하나 있는데 썩는다, 썩어.
디종겨자는요? -양겨자? 그거 와사비라야지, 양겨자는 밍밍해서...
프로방스 허브라고 고기구울때 좋은데요. -고기는 참기름장에 찍어야 제 맛이지.
허브차는요? -우린 쑥즙 갈아 먹는데? 야, 쑥차가 그렇게 좋단다.
이런 긴 토의 끝에 찾은건...포도주와 커피입니다. 포도주는요? 했더니 그땐 솔깃해 하시더군요. 그나마 많이 들고 가지도 못하지요. 커피는 즐기시지 않던 제 엄마가 지금은 메종 드 카페에 중독이 되셨답니다. 제 엄마 말대로 좋은건 한국에 이미 다 있기 때문에 한국갈 때 살만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결국 한국갈 때는 거의 빈 손으로 가서 무게초과로 돌아오게 됩니다.
주말엔 소고기 'Pot-au-peu'로 두 내외가 포식을 했습니다. 큼지막하게 자른 소고기에 갖은 향신 야채(양파, 대파, 마늘..)와 감자, 무우, 당근을 넣고 푸욱 끓여 먹는 요리인데 밥까지 곁들여서 먹다 보니 우리 나라 갈비탕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워낙 잡식이어서인지 저는 꼭 한국음식 만이 아니라 왠만한 프랑스식 요리들도 맛있어하고 일식, 중식, 터키식 케밥, 독일식 슈크르트, 아프리카의 쿠스쿠스, 멕시코의 퀘사딜라나 화히타, 미국 In-n-out의 햄버거, 태국의 가정식까지 다 좋아합니다. 외국생활 적응력 키우기 1번, 잘 먹어야 합니다. 다음엔 저희가 집에서 자주 해먹는 간단하고 저렴하면서 건강에도 좋고 우리 입맛에도 맞는 요리들을 좀 올리지요. 그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