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프랑스 남편과 사는 얘기 8
지난 번에 말씀드린 대로 제가 집에서 자주 하는 요리 중에 집에서 간단하고 건강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소개합니다.
결혼 전엔 먹는 걸로 한 까다로움 피웠었는데 외국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음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려 먹는 버릇이 싹 사라졌습니다. 처음 프랑스에 다니러 왔을 때 식당에서 '니스식 샐러드'를 주문했습니다. 니스식 샐러드는 샐러드에 참치, 토마토, 올리브, 앤초비(절인 멸치)가 들어갑니다. 앤초비랑 올리브는 좋아하질 않아서 그거 빼고 달랬더니 제 주문을 받은 웨이터의 표정은 옛날 청진동 해장국집에 가서 선지없는 해장국을 주문했을 때의 식당아줌마의 표정과 비슷하게 일그러지더군요.
미국에서는 하다못해 햄버거 집에서도 이거 빼고 저거 빼고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줍니다만 프랑스 식당에서는 까다롭게 주문하는걸 절대 반기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자기 집 음식에 자부심과 고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랄까요? 이런 점은 저희 한국의 식당 아줌마들도 뒤지지 않죠. 프랑스 식당이나 한국 일반 식당(청진동, 용산, 서대문 등등)에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맥 라이언처럼 음식주문했다가는 아마 집에 가서 직접 해 먹으라고 할 겁니다.
어쨌든 주위 친구들을 한번 살펴 보시면...음식에 까다로움을 피우는 사람들은 아직도 부모님 곁에서 엄마가 정성껏 때맞춰 해 주시는 밥을 먹는 사람들입니다. 자취, 하숙, 유학 등등 스스로 때마다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눈물 젖은 밥을 먹는 사람 중엔 가려 먹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가리는 버릇은 없어졌지만 민감한 체질 덕에 살짝 가기 시작하는 해산물이나 덜 익힌 마늘, 너무 강한 양념, 캔이나 냉동식품 등을 잘못 먹고 나면 한 이틀은 후유증으로 고생합니다. 주변을 보면 다같이 잘 먹고 나서 꼭 혼자만 유별나게 탈 나는 사람, 꼭 있습니다. 접니다. 이런 제 체질 덕이기도 하고 제 남편의 높아가는 콜레스테롤치 덕이기도 하고 요즘 부쩍 건강하게 먹는데에 관심이 많아졌지요. 버터나 일반 식용유를 올리브유로 이미 바꿨구요.
건강하게 먹는다는 건 싱싱한 제철의 재료를 골고루 먹는다는 것과 상통하는데요, 아래 소개하는 메뉴는 제가 즐겨하는 요리 중 베스트들입니다. 조리가 간단하고 구하기 쉬우며 저렴하고 건강식이면서 맛을 보증합니다. 조리법의 양은 2인분 정도됩니다.
1. 토마토 소스의 파스타: 올리브오일 2큰술에 잘게 썬 양파 1개와 마늘 2톨 다진것을 약한불에 색이 나지 않게 2분 정도 볶다가 잘게 썬 생 토마토 2개(혹은 홀 토마토 1캔)와 토마토 페이스트 1큰술, 물 한컵반, 굵은 소금 1티스푼, 후추 조금, 프로방스 허브 반티스푼과 월계수잎 한 장을 넣고 뚜껑을 덮은 후 약한 불에서 30분 정도 끓입니다.
토마토소스는 병에 담긴 완제품을 쉽게 살 수 있지만 한번 집에서 만들어 보면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건강에도 훨씬 좋구요. 저는 좀 넉넉하게 만들어서 식힌후 일인분씩 냉동시켜 둡니다. 시간없을때 하나씩 꺼내서 물 조금 넣고 약한 불에 끓이면 파스타 익히는 시간이면 해동이 되거든요. 익힌 파스타에 소스얹고 파메산이나 에멘탈 치즈를 얹으면 여느 이태리식당 파스타 못지 않지요.
또한 바게뜨 빵을 세로로 반을 잘라서 올리브 오일과 이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작게 자른 햄이나 캔 옥수수, 올리브 등을 조금 올린 후 모짜렐라(혹은 에멘탈 치즈)를 얹어 오븐에 치즈가 녹을 정도로 구우면 근사한 간식거리가 됩니다. 잘 못 만든 피자보다 훨씬 맛있구요 하루 지난 바게뜨를 처리하기에도 좋습니다. 샐러드와 함께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지요.
2. 잔치국수: 국수를 삶아 건집니다. 물 1리터에 닭육수 큐브 하나(bouillon de poule)와 다진 마늘 한톨, 후추 조금, 잘게 썬 대파를 넣고 끓이다가 대파가 익으면 계란 두 개를 살짝 풀고 바로 불을 끕니다. 그릇에 국수를 담고 뜨거운 국물을 얹습니다. 정말 간단하지요? 제 남편이 아주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국물까지 남기지 않습니다.
위의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맛을 냅니다만 풍성한 야채를 원하시면 잘게 채 썬 당근, 양파, 애호박, 감자 등을 넣어도 좋구요, 얼큰한 걸 좋아하시면 고추가루 1작은술을 넣으면 됩니다. 중국식으로 드시고 싶을땐 잘게 썬 양송이버섯과 자잘한 장식용 새우(냉동도 무관)를 대파와 같이 넣어 끓이다가 계란을 넣기 바로 전에 전분가루 반큰술을 찬물 3큰술에 녹여 넣으면 걸쭉한 중국식 울면이 되지요.
3. Roti de porc: 마늘을 군데 군데 넉넉하게 박아 넣습니다. 겉면에 올리브유를 발라주고 소금, 후추를 넉넉히 뿌린 후 180도의 오븐에서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정도 굽습니다. 간단하지만 은은한 마늘향이 고기에 배어 아주 맛있습니다. 따뜻할 땐 감자나 꼬투리콩(Haricot vert)을 곁들이면 정식이구요 식으면 햄처럼 얇게 썰어서 샐러드에 곁들이거나 돌돌 말아 에피타이저로 먹어도 좋습니다. 쌈장에 상추랑 싸서 밥이랑 먹어도 말릴 사람 없구요. 큰 슈퍼에서 세일할 때면 한 덩어리에 3-4유로면 산답니다.
4. Roti de poulet: 닭 뱃속에 까지 않은 통마늘을 집어넣고 겉면에 올리브유, 소금, 후추를 넉넉히 뿌리고 프로방스 허브를 살짝(닭 한마리당 1큰술 정도)뿌려서 냉장고에 세시간에서 하루밤 정도 둔 후 180도에서 한시간 반 정도 굽습니다.
오븐에 돌리면서 굽는 그릴 기능이 있으면 통닭을 꼬챙이로 꿰고 오븐 문을 살짝 열고(그릴로 요리할 땐 반드시 열어주어야 합니다) 한시간 반 정도 돌리면서 구우면 더 좋지요. 감자, 꼬뚜리콩, 밥, 다 잘 어울립니다.
남은 닭은 뼈채 물을 잠기게 붇고 향신야채(대파, 양파, 셀러리 줄기 조금, 월계수잎...)와 토마토페이스트 1큰술을 넣고 잘게 썬 감자, 당근, 완두콩과 함께 약한 불에 한시간 정도 끓인 후 닭살은 발라내고 향신야채와 닭뼈를 건져내면 든든한 수프가 됩니다. 삶은 파스타나 밥과 함께 먹으면 이태리식 미네스트로네 수프지요. 향신 야채 중 셀러리나 대파는 한번 사면 양이 많지요. 1회용씩 썰어서 냉동해 두시면 두고 두고 쓸수 있어 좋습니다.
5. Pot-au-feu: 소고기, 닭, 토끼, 거위, 양... 모두 가능합니다만 저는 소고기와 통닭을 주로 합니다. 소고기와 양고기는 넉넉한 찬물에 넣고 끓기 시작하면 3분정도 후 고기를 건져내고 끓인 물은 모두 버리고 새로 요리합니다-핏물과 나쁜 거품을 빼기 위함입니다.
커다란 냄비에 고기를 넣고 잠기게 물을 부은 후 굵은 소금과 통후추를 한 숟가락 넣고 부케가르니와 함께 끓이면서 당근, 무우, 대파, 클로브를 밖은 양파, 셀러리를 다듬어 통째로 넣고 한시간 정도 약한 불에 푹 끓인 후(소고기나 양고기는 한시간 반 정도) 껍질을 벗긴 통감자를 넣고 30분 정도 더 끓입니다. 디종겨자, 굵은소금, 작은 오이피클을 곁들여 먹습니다.
남은 고기는 잘게 찢어서 다진마늘, 다진파, 후추, 가는소금, 깨소금, 고추가루, 참기름에 조물 조물 양념해 두었다가 남은 국물을 뜨겁게 데워서 밥이나 국수를 말고 양념한 고기를 위에 얹어 한번 드셔 보세요. 국물이 정말 끝내줍니다. 저희 엄마가 곰탕을 끓이시고 나면 남은 고기로 이 고기양념을 해두시는데 덕분에 곰탕을 질리지 않고 먹었었지요.
6. 생선요리: 생선은 팬에서 구우면 빠르지만 집에 온통 냄새와 연기가 차지요. 저는 오븐에 굽습니다. 프라이팬을 쓸 경우엔 조리시간을 더 줄이면 되구요 알루미늄 호일을 덮어주는건 같습니다.
먼저 제일 흔한 연어, 오븐용기에 놓고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를 골고루 뿌린후 백포도주를 조금 넣고 알루미늄 호일로 덮은후 220도의 오븐에서 20-30분 굽습니다. 혹시 허브 중에 딜(l'aneth)이 있으면 같이 뿌려 구우면 좋구요 없으면 안 넣어도 좋습니다.
그 외 흰살생선을 굽는 방법. 양파 하나를 잘게 썰고 마늘 두 톨을 다져둡니다. 오븐 용기에 잘게 썬 양파의 반과 마늘을 깔고 앞뒤로 소금, 후추를 뿌린 흰살 생선을 올립니다. 남은 양파를 그 위에 얹고 백포도주 1/4컵과 토마토 페이스트 한 큰 술을 섞은 후 생선 주위에 뿌리고 올리브오일 2큰술과 월계수 잎 한 장을 넣고 호일로 덮은 후 220도의 오븐에서 20-30분 굽습니다. 생토마토가 있으면 잘게 썰어서 생선위에 얹어 구우면 소스가 더 맛있어 지구요, 밥과 레몬을 곁들이면 손님 접대에도 손색이 없답니다.
7. 꼬투리콩: 올리브오일을 넉넉하게 두르고 잘게 썬 양파1개와 다진 마늘2톨을 약한 불에 2분정도 볶습니다. 꼬투리콩(냉동도 무관)을 넣고 굵은 소금 1티스푼과 후추 조금, 물 한 컵을 붓고 압력솥에서 10-15분, 일반 냄비는 20-30분정도 익힙니다.
이 방법은 왠만한 야채 요리 모두에 응용 가능합니다. 깍둑썰기한 감자와 당근을 동일한 방법으로 조리해서 육류요리에 곁들여도 훌륭하구요 고기없이 야채에 밥만 곁들여도 한 끼 든든합니다.
속 든든한 겨울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그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