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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편과 사는 한국 여자의 잼있게 사는 이야기 9

 


제목 : 프랑스 남편과 사는 얘기 9


매주 토요일 점심은 시부모님댁에서 먹습니다. 다 먹고 일어설 때 쯤되면 나오는 저희 시아버지의 한국말-

"....카씨버?"
"....토씨바?"

시어머니와 제 남편, 알면서도 이번에는 제 발음이 나오나 안나오나 기다리며 안 가르쳐 줍니다. 제 시아버지가 여태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그 한국말은...'갑시다' 입니다. 반면 틀리지 않고 기억하시는 또 다른 한국말 한마디는- '빨리빨리'이지요. 제 결혼식때 다녀간 한국 가족들에게 배우셨답니다.

그럼 저와 일년여를 산 한국을 두 번 다녀 온 제 남편의 현재 한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 일까요? 한국가족들과 제 남편, 서로 마음은 있지만 대화가 안되니 옆에서 보는 제가 답답합니다. 한국가기 전에 집중코스로 좀 가르쳤지요. 제 불어가 늘어가면서 조금씩 불어로 기울고 있긴 합니다만 저희 집의 공식언어는 아직 영어입니다. 프랑스 남편에게 불어가 잘 안되는 제가 한국말을 가르치려니 불어, 영어, 한국말, 그나마도 안되면 만국 공통 의성어까지 섞이게 되더군요. 예를 들면...

저:Meat이 불어로 뭐야?
남편: Viande.
저: 한국말로는 "고기"야.
남편: 쿄키?
저: 쿄키가 아니라 "고" "기"
남편:"Go" "Ki" (뭔가 떠오른 듯

아! 나 코기 알아. 풀콕이!
저:(순간 남편이 자랑스러워 집니다) 그래, "불"은 Fire거든. 그래서 불고기야. "불-" 해 봐.
남편: "푸울-"
저: "불" "고" "기"
남편: "푸울" "코옥" "키이"
저:불고기
남편:풀콕이, 풀콕이 맛있는데...먹은지 한참 됐다, 그지? 그러니까 콕이 먹은지도 꽤 됐네. "콕이- 풀- 취이익- ce soir?"("고기"를 "불"에, "취이익"은 굽는 소리입니다)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가르친 남편의 한국말 목록입니다.
인사말: 캄사아미다, 아녀아"c'est"요-, 아녀이 카"c'est"요-, 요보"c'est"요-
호칭: 아보니임, 오모니임, 아저마아-(아줌마-), 어니이- (언니-), 요기요오- (여기요-)
음식명: 칼비, 뿔콕이(불고기), 킴치, 빵
느낌표현: 아뽀요ㅡ, 치거워(뜨거우나 차가우나 '치거워'로 통합니다)
욕: 미-워, 파보(바보)ㅡ, 이 뙈지야-(남편이 아는 한 한국말 최고의 욕입니다), 초리 가!(저리 가), 마졸래?(맞을래?)

그에 비하면 불어와 전혀 인연이 없다가 프랑스에서 일년을 보낸 저의 불어 실력은 화려한 편이지요. 못 알아들어도 전혀 당황하지 않으며 첫째, 빠른 분위기 파악과 둘째, 순발력으로 대응합니다. 처음 제가 사용했던 비장의 무기, 네 마디가 있습니다.
"Oh, la la!"(다들 아시죠..)
"Ah bon?"(그래요?)
"c'est vrai?"(정말이예요?)
"c'est pas vrai!"(설마! 혹은 세상에나! 정도?)
이와 더불어 알겠다는 듯 끄덕이는 고개로 통하지 않을 상황은 거의 없더군요. 주변의 교통사고, 물난리, 결혼, 생일, 이혼, 사망... 모두 이 네마디로 끝냈지요.

전혀 딴소리를 할 때도 물론 있습니다.
아침에 빵집에 가다가 시어머니를 만났습니다.
"Tu es de bonne heure!" (일찍 일어났구나)
"???"
정확하게 못 알아들을 때 쓰는 막판의 보루, 헤-하고 웃습니다.
집에 가서 남편에게 전합니다. "어머니가 오늘 좋은 시간 보내래"
"???"

오랜만에 만난 한 친척이 묻습니다.
"Ca va, a ton bureau?"(일하는 건 괜찮니?)
Bureau는? 사무실. 사무실 환경 괜찮냐는 거군.
시간 강사는 사무실 없습니다.
"Je n'ai pas de bureau..."(저는 사무실 없는데요.)

한번은 스위스 치즈 퐁뒤를 대접받았습니다. 스위스산 치즈를 달지 않은 백포도주에 잘 저어가며 녹인 후 한 입 크기로 자른 빵을 꼬챙이로 찍어 녹인 치즈를 돌돌 감아가며 먹는 요리입니다. 먹다가 빵을 빠뜨린 사람은 샴페인을 사야 한다고도 하지요. 한참 먹는데 초대한 부부 왈-
"여기에 토끼 눈 섞으면 (les yeux de lapin)그것도 별미인데 한번 먹어볼래?"
와- 프랑스 사람들 별걸 다 먹는다더니 토끼 눈까지 먹나부다..겁이 나더군요.
굳이 싫다고 사양하는 저에게 일단 먹어보고 입에 안 맞으면 먹지 말라며 부엌에서 뭐가 담긴그릇을 가지고 옵니다. 그릇에 담긴건... 토끼눈이 아니라 계란이었습니다.
des oeufs en fin(마지막에 계란을 넣는다)을 잘못 알아들은 거지요.

근처에 마땅한 불어학원이 없어서 혼자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영어랑 비슷한 말이 많아 도움이 많이 되긴 합니다만 많이 읽고 많이 듣고 많이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요리책을 많이 보다 보니 온갖 과일이름, 채소이름, 고기나 생선이름, 요리이름 등은 모르는 게 거의 없고 다듬는다, 썬다, 삶는다, 건진다..등의 요리 관련 단어들도 이미 정복했답니다. 하하하.

타국어를 빨리 배우려면 그 나라에 가던지 그 나라 말을 하는 친구를 사귀어 한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불어를 하는 남편과 산다고 혹은 프랑스에 산다고 불어가 그냥 느는건 아니더군요. 미국에서 10년 이상을 살았다는 분들이 영어가 안되는 것도 같은 이유지요. 반면 외국 한 번 안 나가 보고도 본토사람처럼 유창하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언어만큼은 본인의 투자입니다. 잘 못 알아듣거나 답답할 때 남편에게 묻느니 사전을 찾아 보는게 백배 낫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지요-쌈나기 십상입니다. 아직 많이 서툴지만 언젠간 유창해 질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답니다. 다들 힘내시고 그럼 또.


(요즘 제가 팬레터?를 가끔 받고 있습니다..
어떤분은 제가 이글을 쓰셨다고 착각하는분도 계시구요^^
첫글에 공지했다시피 전 그냥 이곳 프랑스에 사는 유학생이고 그분은 //www.francezone.com/index08.html 여기 프랑스 정보 사이트에 가끔 글을 올리시는 분입니다.
들어가 보시면 아시겟지만 이미 여러 독자?를 확보하신것 같더라고요.
잔잔한 삶에 이야기들을 정말 따뜻하고 재밋게 잘 이야기 하셨죠.
암튼 본론을 얘기하자면 전 작가가 아니고 그냥 퍼온거니 저한테 팬레터 보내셔도 소용없습니다^^
앞으로 그분 글이 또 올라오면 바로 올려드리겟습니다. 참고로 사진은 제가 찍은걸루^^하겟습니다)

Etranger
2003-01-12 00:34:10
3347 번 읽음
  총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김남영 '03.1.12 12:45 AM 신고
    사진은 에펠탑을 올려다보며 찍은 사진인데 요즘 목없는 유령이 나온다하여 가봣는데 사실이더군요^^(믿거나 말거나) ↓댓글에댓글
  2. 2. 임철 '03.1.12 4:43 AM 신고
    전부 읽었는데 너무 재밌네요.. 앞으로도 계속 재밌게 사세요.. ^^ ↓댓글에댓글
  3. 3. 여운관 '03.1.12 11:06 AM 신고
    수고하십니닷 ~ 유휴 ~ --ㅋ 사진최고입니다 -- 목은 누가 --? ↓댓글에댓글
  4. 4. 박승만 '03.1.12 11:41 PM 신고
    심령사진이다 -_- ↓댓글에댓글
  5. 5. 박승만 '03.1.12 11:41 PM 신고
    재밌게 잘읽었어요 ㅋ ↓댓글에댓글
  6. 6. 조상현 '03.1.13 4:33 PM 신고
    사진 너무무서워~~ ㅠ_ㅠ ↓댓글에댓글
  7. 7. 김남영 '03.1.14 1:00 AM 신고
    계속 올려드리겟습니다. 그럼 다음 업뎃을 기대하세염^^ ↓댓글에댓글
  8. 8. 이정하 '03.1.14 4:45 PM 신고
    에잇 사진 짜증... ↓댓글에댓글
  9. 9. 안현철 '03.1.14 5:43 PM 신고
    우아..너무 재밌는뎅.. 이거 몇편이 끝입니까? 한번에 다 올려주심 안되나요? ↓댓글에댓글
  10. 10. 안현철 '03.1.14 5:43 PM 신고
    집에가서 와이프한테 프린트 해서 보여줄라 카는뎅.. 혼자 읽는게 아까워서...ㅎㅎ ↓댓글에댓글
  11. 11. 김남영 '03.1.15 9:34 AM 신고
    이선우님의 멜은 제가 직접 그 사이트에 가서 올려드리고 왓습니다. 제가 작가분의 멜을 안다면 가르켜드림 좋겟지만 공개를 안하시는것 같아서 어쩔수없이 그러게 햇으니 양해바랍니다.^^ ↓댓글에댓글
  12. 12. 노재석 '03.1.15 2:14 PM 신고
    거의 소설이군요...수필인가? 정말 잼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에댓글
  13. 13. 전재윤 '03.1.16 1:07 AM 신고
    그건 마리안되고!!! ↓댓글에댓글
  14. 14. 서동훈 '03.1.26 4:31 AM 신고
    Je n'ai pas bureau...bon dit(?)-_-;;; ↓댓글에댓글
  15. 15. 김지수 '03.1.31 1:29 PM 신고
    글은 더이상 안올라오나요? 재미있게보고있었는데.....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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