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마이뉴스-평화네트워크 공동기획] 전쟁과 평화(11) 글을 읽고 참고할 겸 찾은 컬럼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www.peacekorea.org/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컬럼은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님이 2002년 12월 1일 작성하셨습니다.
1. 작전계획 5027의 변천 : 남침 '방어'에서 북한 '점령'으로
미국의 윈윈전략이 군사 작전 계획으로 구체화된 것은 작전계획(OPLAN) 1003과 5027이다. 작계 1003은 대이라크 전쟁을, 작계 5027은 대북한 전쟁을 상정해 마련된 것이다. 이 가운데 작계 5027은 한미연합사의 기본적인 전쟁 계획으로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군사 작전과 미국의 증원 계획 등이 담겨 있다. 2년마다 개정되는 작계 5027은 군사기밀로 묶여 있으나, 적지 않은 내용은 이미 한미 군관계자들과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다.
문제는 당초 북한의 남침을 억제, 격퇴하는 수준에서 마련되었던 작계 5027이 탈냉전이후 대단히 공격적인 성격으로 바꿔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전쟁 직후에 마련된 작전계획은 북한의 남침시 북한을 38선 이북으로 되돌리는 방어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후 미국은 1973년 '전진 방어(Forward Defense)' 전략을 채택해 유사시 북한의 개성까지 점령하는 방향으로 작전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야포를 비롯한 주요 군사력을 38선 인근으로 전진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 한반도 유사시 북한을 무력 점령하는 계획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작계 5027에 '북한 점령 작전'까지 포함되기 시작한 시점은 90년대 초부터이다. 한미연합군은 작계 5027-92를 통해 유사시 한미 해병대가 원산 상륙작전을 펼치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이 작전은 북한의 남침을 격퇴하고 북진하는 한미 보병의 북진 작전과 함께 평양을 포위하는 개념하에 마련된 것이다. 작계 5027-92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북한의 공격 징후가 포착될 경우 전쟁 발발 '이전'에 한미연합군을 전쟁준비태세로 격상시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미국과 한국 군부는 94년 2월초 북미간의 핵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한반도 유사시 단시간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통일한다는 '작전계획 5027-94'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1단계로 신속전개가 가능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2단계로 북한의 서울이북 남침을 저지하는 것과 함께 북한의 후방을 파괴하며, 3단계 북한의 주요 전력을 격멸시키고 원산 등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을 전개한 이후, 4단계로 평양을 고립시키고 점령지역에서 군사통치를 실시하고, 마지막 5단계로 한반도를 한미동맹의 주도하에 통일시킨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은 냉전시대 북한의 남침 격퇴에서 유사시 북한을 점령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냉전 시대에는 북한이 소련, 중국 등과 동맹관계에 있었고, 이들 나라들이 동북아 세력균형의 와해를 의미하는 대북한 무력 통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크게 고려되었던 반면에, 탈냉전이후 이러한 고려 사항이 사라졌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탈냉전이후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 작전 계획의 변화는 미일동맹에서도 나타난다. 94년 전쟁 위기 당시 때 사용할 수 없었던 일본의 군사기지를 한반도 유사시 사용하는 것을 명문화하고 일본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작계 5027-96에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키고 96년 미일 신안보선언, 97년 신가이드라인, 그리고 98년 주변사태법 등을 통해 이러한 계획을 관철시켰다. 이를 통해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을 기지로 사용하고 후방에서 일본의 병참 지원을 받으며, 한반도 전쟁이 일본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일 경우 자위대의 참전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계 5027상의 또 한번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시점은 98년이다. 이 개정판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전의 작계가 주로 북한의 남침을 상정한 것이라면, 5027-98에서는 예방 전쟁의 개념을 도입한 '선제공격'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즉,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가 포착될 경우, 북한의 야포와 미사일, 공군 기지 등을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시킨다'는 계획이 포함된 것이다. 또한 이전의 상륙작전을 더욱 구체화해 미국의 육해공군이 합동 상륙 작전을 통해 북한의 허리를 두 동강 내 북한 점령을 신속하게 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대단히 공격적인 성격의 작전 계획이 98년 10월 9일 미 해병대 부사령관인 레이몽드 아이어에 의해 일부 공개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이 침략전쟁 계획을 세웠다며 북한은 이에 대응해 한미연합군의 침략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가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금창리 핵의혹 시설 의혹이 제기되고 북한이 대포동 1호(광명성 1호) 시험 발사를 하면서 미국 내에서 북폭론이 제기되던 시점이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한반도 위기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2000년도에 포함된 작계 5027 계획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미국의 한반도 증원 전력의 대폭 확대이다. 미국은 90년대 초에는 48만명, 90년대 중반에는 63만명으로 증원군의 규모를 늘린데 이어, 2000년 개정된 작계에서는 증원군을 69만명까지 늘리기로 한국과 합의했다. 또한 이 개정판에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야포에 대응한 전력 증강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9.11 테러이후 미국은 작계 5027에 또 한가지의 중대한 내용을 담았다. 유사시 북한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거할 목적하에 특수전을 비롯한 '군사적 계산'을 포함시킨 것이다.
2. 작계 5027의 핵심 내용
탈냉전이후 작계 5027의 변천 과정을 보면 크게 3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냉전시대 북한의 남침시 이를 격퇴하고 38선 이북으로 되돌림으로써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재건하는 것에서, 유사시 북한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계획이 공식화되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미국의 증원 전력을 대폭적으로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은 한반도 증원군의 규모를 48만→63만→69만으로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할 점은 병력 이동에 비해 무기 및 장비 수송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한반도에 미리 주요 무기와 장비를 배치해놓는 '사전배치(preposition)' 전략을 채택하고 실행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두드러진 세 번째 특징은 '예방 전쟁'의 개념하에 '선제공격'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94년 위기이전에 '북한의 남침시'를 상정한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이 '북한의 공격 징후 포착시'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북한의 공격 징후 포착이란 북한의 탱크나 야포의 대규모 이동 등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고한 징후를 의미한다. 이는 북한의 공격 징후 여부를 판단할 정보를 갖고 있는 나라가 남한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에서, 또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해석이 갈수록 자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근본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계 5027의 변천 과정에서 반영된 미군의 한반도 전쟁 목표는 98년 당시 미 해병대 부사령관이었던 레이몽드 아이어 발언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98년 10월 9일 미 정보기관의 후원하에 서울에서 이뤄진 비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한미연합군)가 준비태세를 끝내면, 그들(북한군)은 어떠한 종류의 군사 행동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모두 죽일 것이다"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또한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김정일의 통치를 종식시켜, 남한의 통제하에 북한을 재조직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은 아이어의 비공개 브리핑에 참석했던 리처드 핼퍼린 전 도쿄 지국장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 브리핑에 참석한 10명의 다른 저널리스트들이 셀리그 해리슨에게 확인해준 내용이기도 하다.
한미연합군이 이러한 공격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하게된 배경은 북한의 남침 위협의 증가 때문이라고 미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북한의 한반도 공산화 전략이 아닌 '자포자기'식 남침이라는 가정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경제적 재앙 때문에 나날이 낡아가고 있는 무기로 무장한 북한의 1백만 대군이 이왕 망할 바에는 "무기를 잃기 전에 써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다"는 미군 관계자들의 판단이 작계 5027의 개정을 가져온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군사력을 물론, 국가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키기 위한 세부적인 공격 목표물을 지정해놓고 있다는 점이다. 대북한 주요 공격 목표물은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야포, 탱크, 장갑차 등과 탄약 등 군수지원 물자 시설 및 이동 통로, 교각과 교차로, 북한 증원군의 이동로, 공군 기지 및 해군 시설, 야전 사령부 및 지휘통제 시설, 통신망, 전력 시설, 평양의 주요 국가 시설 등이 망라되어 있다. 특히 유사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북한의 야포 전력을 무력화시킨다는 계획하에, 북한의 야포가 지하 요새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B-1, B-2, B-52 등의 폭격기를 동원해 야포를 지하에 매몰시키는 것을 최우선적인 작전으로 삼고 있다. 유사시 북한의 야포 전력이 대단히 위협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다련장 로켓을 제외한 대다수 야포가 낡고 사정거리가 짧은데다가 지하에 은폐되어 있어 초기에 제압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즉 미국은 북한의 야포가 지하시설에서 나와 발사 준비를 갖추기 전에 전폭기와 미사일 등을 동원해 "야포를 땅에 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본토에 있는 B-1, B-2, B-52 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동원하는 시간은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고, 남한과 일본, 괌, 하와이 등에 배치된 전투기/전폭기를 동원하는데는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내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와 같은 작전계획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핵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 등을 장착한 잠수함과 함대지, 함대공, 함대함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이지스함 배치도 수일 내에 가능하다.
한국과 미국의 해병대가 주축을 이룰 대북한 상륙 및 북한 '두 동강 내기' 작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계 5027-98에서는 유사시 육해공 상륙 작전을 통해 북한의 허리에 해당하는 청천강-원산선을 두 동강 냄으로써 북한 점령을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작전에는 미국의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는 물론 캘리포니아와 노스 캐롤라이나 주둔 해병대도 참여하게 되며, 초기 작전에는 한국의 해병대가 원산 상륙 작전을 펴게 된다.
또한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남침을 사전에 경고하는 시간을 10일에서 3일로 대폭 단축해놓고 있는 상태이다. 이는 일면 북한의 전방 배치 군사력이 짧은 시간 내에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대북한 군사 행동의 사전 고려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는 점에 오히려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미군기지가 미국의 대규모 증원군을 수용할 정도의 규모가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증원군 가운데 대부분은 일본, 특히 오키나와를 경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미일 신가이드라인과 주변사태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미국이 일본 기지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 정치적 문제를 야기할 소지를 안고 있었다. 94년 한반도 전쟁위기 이후 변화되어온 미일동맹의 성격을 주목해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탈냉전이후 미국과의 새로운 방위지침을 통해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내 기지 사용은 물론, 무기를 제외한 병참 지원과 일본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경우 자위대의 파병까지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미일동맹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는 1998년 10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 동해 등에서 실시된 미국의 함대전투실험 '델타' 훈련이다. 이 실험에서는 사상 최초로 미국 7함대의 기함인 `블루릿지'가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서 직접 훈련을 지휘했다. 이는 미국 7함대의 거점인 요코스카 기지가 한반도 유사시 단순히 후방지원뿐만 아니라 전선의 지휘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이 훈련이 98년 미일간에 신 방위협력지침이 마련된 이후에 일본의 기지가 실전지휘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을 끈 바 있다. 또한 이 훈련에 미군이외에 최초로 한국군이 참여했다는 점, 대북한 상륙 작전의 주력 부대인 오키나와의 제 3해병원정군이 동원되었다는 점, 그리고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 훈련이 포함되었다는 점 등이 눈에 띠는 대목들이다.
3. 대북한 선제공격 유혹
미국의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창리 핵의혹 시설에 대한 북미간의 협상이 한참 진행되던 1999년 3월 2일자 사설에서 느닷없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주한미군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햇볕인가, 달빛인가?"라는 사설에서 알 수 있듯이,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과 이에 끌려다닌다는 클린턴 행정부에게 잔뜩 독설을 퍼붓고 나서, 이 신문은 다음과 같은 무서운 예언을 했다.
"최근 미국은 (한국 정부의) 포용정책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권은 바뀌게 된다. 그리고 미래의 정부는 의회와 국민으로부터 강하게 행동하고 위험으로부터 미군을 철수시키며, 미국에까지 다다를 수 있는 미사일이나 핵무기와 같은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을 것이다."
당시 상황은 위와 같은 월스트리트저널의 주장을 단순히 한 신문의 주장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99년 3월 3일 노로타 호세이 방위청 장관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내각의 질의를 받고, "만약 환경이 명확하다면,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시설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헌법적인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발언에 대해 북한과 중국은 물론, 당시 남한의 국방장관이었던 천용택 역시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호세이 장관의 발언 며칠 뒤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존 틸러리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 핵의혹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선제'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결실을 맺도록 허락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며, 선제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98년 10월 아이어 부사령관 등이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작계 5027-98 내용을 일부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이유에 대해 셀리그 해리슨은 일종의 '심리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2000년 5월 26일 아이어를 만나 작계 5027-98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아이어는 "만약 북한이 이것을 위협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나는 무지 행복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즉 선제공격을 포함한 공세적인 작전계획을 언론에 흘림으로써,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군사적 일방주의적 세계관은 주지하듯이 부시 행정부들어 절정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군의 대북 심리전이 효과를 봤다고 보기는 어렵다. 작계 5027-98의 내용을 접한 북한은 거의 매일 같이 비난 성명을 쏟아 냈다. 특히 북한은 선제공격 권리가 미국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전쟁에는 전쟁으로 맞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연일 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의 대응은 94년 제네바 합의이후 미국이 대북한 고사 전략을 고골화하고 있다는 강한 불신과 함께, 선제공격을 포함한 결사항전의 의지를 천명할 때 자주권과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계 5027-98에서 선제공격 가능성을 포함시킨 것은 한반도의 군사 현실을 고려할 때, 대단히 위험한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북한군의 대규모 이동을 확고한 남침 징후로 해석할 경우, 오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의 입장에서도 한미연합군이나 미군의 대규모 이동이나 전력 증강을 북침의 신호로 해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군사적 이동이나 전력 증강을 침략의 신호로 해석할 경우, 우발적인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게 되는 것이다.
한미연합군의 작전통제권 내에 있는 군을 동원해 북한을 공격하려고 할 경우, 한국과 미국 대통령 사이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미연합군의 작전통제를 받지 않는 미 공군 7사단이나, 한반도를 책임구역에 포함시키고 있는 미 태평양 사령부가 북한을 공격하려고 할 경우에는, 지휘계통상 미국 대통령의 재가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추진할 경우 주로 공군력이 활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