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두 사람은 우물을 발견한다.
우물가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옮길 자신이 없는 것은,
어린 왕자가 맞게 될 세 번째 이별의 순간이 가까워옴에 따라
나의 손끝도 떨리고 있음이다.
『"네 독은 좋은 거니? 틀림 없이 날 오랫동안 아프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지?"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 우뚝 멈춰섰다. 아무래도 무슨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이제 가봐. 내려갈 테야!" 그가 말했다.
그래서 나도 담벽 밑으로 시선을 내려뜨려 보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삼십초 만에 사람에게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 노란 뱀 한 마리가
어린 왕자를 향해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중략)
"아저씨가 기계 고장을 고치게 되서 기뻐. 아저씬 이제 집에 돌아가게 되겠지.."
......"나도 오늘 집으로 돌아가..."그러더니 쓸쓸히,
"내가 갈 길이 훨씬 더 멀고....훨씬 더 어려워...."』
두 사람의 이별이 차츰차츰 실체가 되어 눈 앞에 떠오른다.
폐허가 된 담벼락 위에 앉아 독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어린 왕자를 발견했을 때의 당황스러움,
카빈총에 맞아 죽어가는 새처럼 느껴지는 어린 왕자를 안았을 때의 공포에 가까운 떨림...
그런 것들이 내 가슴마저 찢어놓았다....
자신이 가야할 멀고 어려운 길 앞에,
어린 왕자는 쓸쓸하고 아득한 눈빛을 보임으로써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화자(話者)의 품에 안기어, 어린 왕자는 자신에게 별들 가운데 하나에
자신의 꽃이 있어 모든 별들이 아름다운 것처럼,
화자 역시 앞으로는 많은 별들 가운데 하나에 자신이 있음으로 하여
그 별들로 말미암아 화자가 미소짓게 될 것이라고 가르쳐준다..
그대,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면, 적어도 사랑했다고 믿는 누군가가 있는가?
세상이 추하고 더럽게만 보인다면 그 사람을 떠올려라.
이 세상 어딘가에 그 사람이 있음을.
그렇다면 바로 그 순간 주위의 모든 것들이 당신을 미소짓게 할 것이다.
혹, 그렇지 못하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한다거나, 사랑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그날 밤, 나는 그가 길을 떠나는 걸 보지 못했다. 그는 소리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뒤쫓아가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잰 걸음으로 주저없이 걸어가고 있었다.(중략)
"아저씨가 온 건 잘못이야. 마음 아파할 텐데.
내가 죽은 듯이 보일 테니까. 정말로 죽는 건 아닌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벗어버린 낡은 껍데기나 같을거야.낡은 껍데기가 슬플건 없잖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 풀이 죽어있는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는 다시 기운을 내려 애쓰고 있었다.
"참 좋겠지...나도 별들을 바라볼거야.
별들이란 별들은 모두 녹슨 도르래가 있는 우물로 보이게 될 테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이별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그들 앞에, 내 앞에, 그리고 우리 앞에 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멀고 어려운 길의 출발선으로 '잰 걸음으로 주저없이' 걸어가는 어린 왕자.
그런 그의 풀죽음과 애써 기운을 차리려는 모습에
주인공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세 번이나 연거푸 말하는 것으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한없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소년이 눈물과 무서움을 견디면서까지 떠나려하고 있다.
나의 어린 왕자가 어리다는 말을 듣기에는 이미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음에도,
죽으며 남길 육신에 대하여 그것을 슬플 이유가 없는 낡은 껍데기일 뿐이라 이야기하며
마지막까지 정신과 마음이,
보잘것 없는 육체에 비해 얼마나 위대한지를 일깨우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서
나는 불현듯 나의 어린 왕자를 느꼈다.
『"아저씨...내 꽃 말인데.... 나는 그 꽃에 책임이 있어!
더구나 그 꽃은 몹시 연약하거든!
몹시도 순진하고, 별것도 아닌 네 개의 가시를 가지고 외부 세계에 대해 자기 몸을 방어하려 하고..."
나는 더이상 서있을 수가 없어서 앉았다.
"자...이제 다 끝났어..."
그는 조금 망설이더니 다시 일어섰다.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발목에서 노오란 한 줄기 빛이 반짝했을 뿐이었다.
그는 한순간 그대로 서있었다.
그는 소리치지 않았다. 나무가 쓰러지듯, 그는 천천히 쓰러졌다.
모래때문에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
..........
...........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어린 왕자가 어째서 어려울 것이 뻔한 먼 길을 떠나기로 결심했는지.
'이제 다 끝났다'는 그의 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의미의 끝이 아닌,
장미를 떠나서 있었던 그의 방황의 종결을 의미한다.
연약하고 순진한 자신의 꽃을 위하여,
그리고 그 꽃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그는 방황을 마치고 꽃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소리내지 않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가 돌아갔을 때, 그의 장미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아니면, 긴 기다림에 지쳐 자신을 닮은 다른 장미들을 남긴채 이미 자취를 감추었을까.
그것까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나는 간절함보다 더 지독한 갈증으로 열망한다.
나의 어린 왕자가 방황을 마치고 다시 내게 돌아오기를.
지금 그가 내게 보이는 우울하고 지친 모습을 벗어던지고,
나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깨닫고 나를 안아 주기를.(나도 약하고 순진하단 말이닷!)
그리고 단언컨대,
그의 방황이 앞으로 얼마나 더 길어지든,
나는 늘 이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감히 말하지만 나의 일생을 걸고 영원히 그만을 사랑하겠다.
생 떽쥐베리라는 거장에 맞서 지금껏 이런 글을 써 올수 있었던
나의 건방짐을 자찬하며,
나의 사랑하는 어린 왕자에게 이 글을 바친다.
어린아이였던 시절의 그가 아니라, 지금의 그에게.
마지막으로 나의 어린 왕자에게 반드시 하고픈 말이 있다.
사랑해!
장미의 태도를 연약함 때문이라 받아들인 어린 왕자의 이해심으로.
울어버릴 것 같음에도 보내줄 수 있었던 여우의 순정으로.
남는것이 고통으로 가득한 밀밭뿐이라고 할지라도....
사랑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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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의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가 막을 내립니다.
부족함 많은 글을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발전하는 천사가 되겠습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