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T와 하나로통신이 으르렁거리며(?)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그 대결의 무기로 쓰이는 것은 바로 VDSL의 최대 전송 속도이다. KT가 국내 최초를 앞세우면서 VDSL 서비스를 상용화하자, 하나로통신은 이에 질세라 V100 프로젝트를 내세우면서 자사의 고객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심지어 하나로통신은 초당 50Mbps 이상의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는데… 글쎄. 그 뚜껑을 열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VDSL 속도 경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일반 사용자들은 과연 그 놀라운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VDSL이란 과연 무엇인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VDSL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VDSL은 Very high rate DSL(Digital Subscriber Line)의 약자로, 기존의 ADSL의 이론상 최대 전송 속도인 7.2Mbps를 12Mbps 내지는 20Mbps, 50Mbps등으로 올린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ADSL과 같은 전송 방식에서 속도만 올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그리고 실제로 VDSL 망을 구성할때도 ADSL 망과 거의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예전의 ADSL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비대칭(Asymmetric ; 업로드 속도와 다운로드 속도가 같지 않다) 이었지만, VDSL의 경우에는 비대칭형과 대칭형, 두 가지가 있다. 현재 KT는 대칭형, 하나로통신은 비대칭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 DSLAM 장비와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신호가 약해지는 DSL 서비스의 특성상, 전화국과 가까운 곳이 아니면 좋은 속도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체로 전화국 또는 DSLAM 장비와 1Km 이상 떨어지면 속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전송 속도가 높아지는 만큼 노이즈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단점이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안기선씨가 작성하신 강좌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강좌 : VDSL이란 무엇인가? – 읽으러 가기 )
2. VDSL 속도 경쟁 1차전부터 2차전까지
2001년 중반부터 100여 가구에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던 KT는, 2002년 6월 국내 최초로 VDSL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하나로통신이 아파트에 장비를 까네 부녀회에 돈을 먹이네 해서 확보했던 수 많은 ADSL 가입자들을 빼앗아온다(사실 아파트에 장비를 집어넣기 위해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 아파트 부녀회와 관리사무소에 무시 못할 액수의 돈을 들이고 있다는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과정에 쓰인 무기는 바로,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월 이용료였다.
과거 1999년 4월에 세계에서 최초로 ADSL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서 기선을 제압했던 하나로통신은 ‘국내 최초’ 라는 명예(?)를 빼앗긴데다, 자꾸 가입자들을 KT에 빼앗기자 다급해진 나머지 비싼 신문 1면 하단 광고로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하기에 이른다(참고로 대선 전에 한참 깠던 사람이 대통령되니까 아부를 떨고 있는 소위 ‘메이저’ 신문 1면에 광고 한번 내려면 못해도 5천만원은 내고 시작해야 한다. 그 돈 있으면 전체 회원들 요금감면이나 해주지).
하지만 하나로통신의 이러한 시도는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역효과를 가져오고 만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 최초로 속도제한 3진아웃까지 시행해가면서 사용자들의 속을 긁어놓더니 어느날 갑자기 국민들한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필자도 하나로통신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러게 좀 미리 잘하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2002년 12월 23일, KT는 V100 프로젝트를 표방하며 뒤늦게 KT 따라잡기(혹은 때려잡기)에 나선 하나로통신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하여, 국내 최초로 20Mbps급의 VDSL 시범서비스를 실시해버리고 만다. 하나로통신이 2003년 상반기부터 20Mbps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광고를 엄청나게 집행하고 있었는데, KT가 상용서비스도 아닌 ‘시범서비스’로 그만 뒤통수를 쳐버린 것이다.
하나로통신의 V100 프로젝트 관련 공지사항
KT에 두 번이나 얻어맏은 하나로통신은, 1월 20일부터 20Mbps급 VDSL 상용서비스에 나섰고, 50Mbps급의 VDSL 시범 서비스를 이번 달 말까지 성공시키고 말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2003년 현재, 코세스 정보통신에서는 50Mbps 이상의 속도로 전송이 가능한 장비를 개발하여 시연에 성공했다. 자, 과연 50Mbps의 고지는 누가 선점할 수 있을까?
3. 그런데, 과연 쓸 수는 있는건가?
자, 지금까지 KT와 하나로통신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라기보다는 KT의 일방적인 승세)을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하지만… 하지만! 과연 우리들이 쓸 수는 있는 걸까? 옛말에도 그러지 않던가.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병이 떠다녀도 병따개가 없으면 말짱 헛것이라고… 아무리 KT와 하나로통신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쌈질을 해도, 정작 우리들이 쓸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우선, VDSL의 특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ADSL의 경우에는 가입자와 DSLAM 장비 사이의 거리가 3Km 이내라면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ADSL 신호의 세기와 잡음에도 그다지 신경을 덜 쓸수 있다. 하지만 VDSL의 경우, 거리가 1.5Km를 넘어버리면 아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그리고 12Mbps, 20Mbps, 50Mbps라면서 부르짖는 속도에도 문제가 있다. 이 속도도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속도이고, xDSL 서비스의 경우 ATM 장비를 거치게 되면서 낭비되는 패킷이 있기 때문에 전체 속도를 다 쓸수 없다. 따라서 실제 속도는 다음과 같이 떨어지게 된다.
물론 위의 속도는 어디까지나 계산기를 두드려서 나온 이론상의 속도이므로, 실제 속도는 이보다 더 안나온다. 2002년 12월 23일에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KT가 광고하고 있는 20Mbps 상품도 실제 속도는 약 13~15Mbps대라고 한다. 그리고 이 20Mbps대의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도 극히 한정되어 있다(물론 차차 늘어나기야 하겠지만). 결국 KT는, 선전용으로 20Mbps 상품을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더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나라 인터넷 연동망의 대역폭이 모자란다는 큰 맹점이 있는 것이다. 요즘 KTH(옛 하이텔)에서 제공하고 있는 아이디스크 서비스를 하나로통신이나 두루넷 사용자들이 쓰기만 하면 속도가 안난다고 난리다. 이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나로통신과 KTH, 또는 두루넷과 KTH 사이에 연결된 연동망의 대역폭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메가패스 가입자들만 아이디스크를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각 통신사마다 연결된 연동망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깔린 기간망도 대역폭이 많이 모자란 상황이다. 더구나, 해외로 연결되는 기간망도 수년째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클라이언트인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쪽의 속도만 올려봤자, 정체 현상만 더 심해질 뿐이다. 지금은 국내도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며, 앞으로 해외쪽 망도 차차 속도가 악화될것이다.
그렇다면, 비교적 최근에 지은 아파트에 사는 것도 아니고, 사는 집이 너무 멀어서 ADSL을 설치해봤자 속도도 안나오는 가난한(?) 일반 사용자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위의 글을 읽어 봤다면 알수 있겠지만, 이러한 사용자들은 절대 VDSL을 사용할 수 없다.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VDSL은 좋은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나 쓰라고 만들어 놓은 규격이나 다름 없다. 일반 사용자들이여, 허상에서 벗어나라.
얼마전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전 KT 사장)이, 국내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의 50% 이상이 VDSL을 사용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야! 나도 곧 VDSL을 사용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을 알고나면 정말이지 한숨이 나온다. 자, 왜 필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제부터 밝히도록 하겠다.
한번 잘 생각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가 1천만명을 넘고, 그 중 KT의 메가패스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절반쯤 된다고 한다(500만명이다). 그런데다가 현 정보통신부 장관은 전임 KT 사장이다. 그러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바로 KT의 메가패스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만 VDSL을 보급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래서야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 참고 : 예나 지금이나, 정보통신부의 KT 밀어주기는 여전하다. 요즘에 정보통신부가 시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번호이동성제도(010), 그것도 알고 보면 011의 프리미엄을 없애고 SK의 메리트를 빼앗아가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 제도이다. 그러면 누가 덕을 볼까? KTF가 보는걸까, 아니면 LG 텔레콤이 보는걸까?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께서 3초만 생각하시면 답이 나올 것이라 보고 해설은 생략하겠다. 저렇게 말 안해도 잘 밀어주고 있으니, KT가 아직도 자기네들이 공기업인줄 알고 정신 못차리는거다. 회사 창립 기념일이라고 시급한 업무 처리를 안해주는건 보통이고… 아아, 요즘 필자의 혈압이 이상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그만 줄이겠다.
그리고, 그 500만명 정도 된다는 메가패스 가입자들이 전부 ADSL 상품만 쓰고 있겠는가? 절대 아니다. 개중에는 B&A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주 드물지만 위성 방식의 인터넷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루구루에서 커리어 그룹까지 결성해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엔토피아 사용자들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것 저것 떼고 나면 과연 몇명이나 남을까? 아무리 많아도 350만명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350만명이 모두 전화국에서 1Km도 안 떨어진 곳에 살고 있거나,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상철 장관은 무슨 수로 그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한 걸까.
이런 불행한(?) 가입자들을 위해서, KT는 중계국사라는 것을 설치한다고 한다. 이 중계국사는 VDSL 신호를 증폭해서,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신호가 약해지는 xDSL 상품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장비이다. KT는 이 중계국사를 곳곳에 깔아서, 전화국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게도 VDSL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자, 발상 자체는 좋다. 하지만 장비 자체도 비싼데, 과연 하루 아침에 이 중계국사를 깔 수 있겠냐는 말이다. 결국 아무리 KT가 분발한다고 해도,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VDSL은 구경은커녕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4. 결론 =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
그렇다면, 일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기약없는 짝사랑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정답은 ‘No’ 이다. 케이블 모뎀을 사용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DOCSIS 2.0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면 될 것 같다. 이 DOCSIS 2.0이 본격적으로 쓰이게 되면 상향 및 하향 속도가 VDSL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뿐만 아니라 xDSL 방식과 낭비되는 패킷이 적어서 VDSL보다 이론상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다. 귀찮게 접속 프로그램을 띄울 필요도 없고, 변함없이 랜카드 하나만 장만하면 편리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전국의 케이블 모뎀 사용자들이여 힘내라. DOCSIS 2.0은 빠르면 2003년 말, 늦어도 2004년 상반기에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예정이고, 국내외 케이블 모뎀 제조업체에서는 이미 시제품을 만들어놓고 케이블랩의 형식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DOCSIS 2.0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케이블 모뎀 기획기사 제 4부에서 깊게 다루도록 하고, 일반 주택에 사는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들에게도 희망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이번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