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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25일, 숨막혔던 오후의 리포트!

 


MS SQL 서버 2000의 웹사이트.
저 SP3만 제대로 적용했어도...


2003년 1월 25일은 한국 IT 업계의 역사 속에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하루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오후 2시 30분경, 전국의 인터넷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과연 그 역사적(1980년대 후반 MIT의 한 학생이 만들어낸 Worm 프로그램 때문에 미국 대학의 온 서버가 마비되다시피한 그 날이 역사에 남아있듯이, 나름대로 역사에 남을만한 일이잖습니까? 전국 인터넷 불통. 음하하)인 순간에 뭘 하고 있었을까요.

한심하게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가롭게 제가 활동하는 동호회 사람들과 번개나 하려고 글을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좀 길게 준비해 놓고 ‘쓰기’ 버튼을 누른 순간, 갑자기 인터넷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또 ***통신이 말썽이구만. 장애 신고라도 해야 하나?”
(여기에 등장하는 ***통신은, 지 잘난척하다가 이번에 개망신당한 KT의 VDSL 전략에 밀려서 신문 1면 하단광고까지 냈다가 욕먹은 회사하고… 관계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 좀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이것 저것 손을 봤습니다.

랜카드에 이상이 있나 싶어서 랜카드를 바꿔 끼워보기도 하고, 모뎀의 전원을 뺐다 끼워서 리셋을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를 다 해봤습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 정도 속을 썩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장애 감면이라도 받자 싶어서 결국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네. ***통신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 케이블 모뎀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데 인터넷 접속이 안되네요. IP는 다 받아 오는데…”
“고객님 죄송합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인터넷이 안 되고 있는 상태구요. KT 서버에 이상이 생겨서 모두 마비된 상태입니다.”
“백본(backbone ; 사전적 의미로는 등뼈라는 의미가 있으며,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간망을 부르는 용어이다)에 장애가 생긴건가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들이 본 바로는 1시간 내에 복구가 가능할 걸로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언제부터 가능할 지 확답을 드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예, 그렇다면 지금 이런 상태가 장애 요금 감면 대상에 포함이 되나요?”
“네, 물론입니다. 조만간 저녁 뉴스로 한 번 나갈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감면 안 해 주기만 해봐라,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줄 테다.
저는 전화통화를 마치고, 주위의 아는 사람들에게 한 번씩 전화를 해봤습니다. 모두들 인터넷이 안된다고 아우성이더군요. YTN이라도 나왔다면 대강의 상황을 알 수 있었을텐데, 불행중 다행인지 어쩐건지 저희 집에는 유선 채널이 안들어왔습니다.

에이, 이왕 지나간 번개는 잊어버리고 못봤던 책이나 보자.
저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그동안 사놓고 못봤던 책을 유유자적하며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가끔 PC를 켜서 인터넷 상태를 확인하는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한 시간 전만 해도 DNS 서버쪽으로는 핑이 먹혔었는데, 이제는 세 대의 DNS 서버 중 핑이 먹히는 서버는 한 서버도 없었습니다.

“하여튼 정보통신부가 밀어주니까 공기업인줄 알고 정신 못차리고 방심하다가 한 방 당하는거라니까. 뭐가 밸류 네트워킹(Value Networking ; KT의 CI 아래에 적혀 있는 문장임)이고 뭐가 VDSL 속도 체험이야. 이런 기본적인 거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정보통신부가 해킹 비상 경고 내린지 1주일도 안되어서 이런 일이나 터뜨리고 말이야. 이번 일 때문에 KT에 근무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시말서 쓰고 줄줄이 목 잘리겠군. 아- 열받아”

이렇게 중얼중얼 하면서 책 보다가 키보드 두드리다가 저녁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녁식사를 마치고(착한 어린이는 밥 먹으면서 텔레비전 보면 안돼요!), 뉴스 프로그램을 기다리면서 버티고 있을때였습니다.

“주말이라서 죄다 뉴스는 안하고 오락 프로그램만 해서 상당히 답답했었는데 잘됐군. 대체 뭣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거야?”

TV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에서 달갑지 않은 진동이 느껴지더군요.


“여보세요?”
“아, 봉석씨? 뭐하고 있어요?”

다름 아닌 사장님이었습니다.

“거기 네트워크 상태는 어때요?”
“여기도 지금 뭐 안좋지. 뭐해요?”
“네, 놀고 있습니다.”
“봉석씨 혹시 스니퍼(Sniffer ; 네트워크상에 돌아다니는 패킷을 잡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주로 해킹에 쓰인다) 쓸 줄 알아요?”
“예, 대강은…”
“그러면 사무실로 와요. 지금 내가 두루넷에는 말해줬고, 온세통신이나 하나로통신쪽에는 다 말해줬거든요. 아마도 좀 있으면 다 잡을거야.”
“그거 왜 그런거죠? DoS인가요?”
(참고 : Dos = Denial of Service. 특정 서버에 과다한 요구 사항을 보내서 서버를 마비시키는 해킹 기법이며, 2000년 중반에 미국의 야후 서버와 eBay사의 서버가 이 방법으로 방법당했다(?))
“아무래도 SQL 서버 프로그램이 이상한 것 같아. 포트를 막으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몇 번 포트를 막아야 할지 알 수가 없잖아요. 지금 10시까지 개발해주기로 해서, 우리 사무실에 안기선씨도 오고, 은종우씨도 오고 그럴거야. 언제 올거에요?”
“예, 뭐 뉴스 보고 가죠.”
“아니 지금 뉴스 볼 시간이 어딨어.”
“사무실에 TV 없잖아요.”
“아니 우리도 지금 TV 계속 보면서 작업하는 중이거든. 빨리 와요.”

현재 시간 7시 59분.

“뭐 좀 있으면 뉴스 할 테니까 그거 보고 출발할게요.”
“아니 그러지 말고.”
“수당 나와요?”
“몰라.”
“--;”
“아무튼 빨리 와요.”

뚝.

하지만 저도 의지의 한국인인 이상, 코 앞에 다가온 뉴스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양심이 찔리더군요(?).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기다렸다가 한 방송사의 8시 뉴스를 보았습니다.

뉴스에서는, 이번 인터넷 불통이 KT의 혜화 지사에 설치된 DNS 서버의 고장때문이며, 보구는 오늘 자정이 넘어서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168.126.63.1 서버가 나간건가? 그나저나 이번에 게임방 주인들하고 인터넷 쇼핑몰 하는 사람들은 개피봤네. 아니, 장애 요금 감면 때문에 ISP도 같이 피보는건가? 쩝… 다들 KT에 손해배상청구소송하는거 아닌가 몰라. 아니, 그보다도 오늘 인터넷 못 쓴 만큼 요금감면 안해주기만 해봐라. 으윽.”
(참고 : 168.126.63.1 서버는 코넷의 DNS 서버임!)

그렇게 다시 중얼거리면서 VAIO와 어댑터, 근무용 장비를 챙겨 들고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 역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사무실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는, 긴급 기획기사의 초안을 짜느라 손가락을 부지런히 놀렸습니다. 바이오 위에서 쉴 새 없이 손가락이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키보드 두드리다가 환승역에서 뛰다를 부지런히 반복하면서 사무실에 도착했을때는 오후 9시 20분.

그리고 저는 사무실에서, 전국의 인터넷을 마비시킨 웜의 실체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MS SQL 서버 2000을 실행시키고 기다리자, 5분도 안되어서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비씨파크에서는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MS SQL 서버 2000 정지 유틸리티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이러한 사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정보통신부 상황실 및 KBS, MBC, SBS, YTN등 각종 언론사 및 신문사에 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들의 태도가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그런 일 있으면 KT에 전화하세요.”
“아니 지금 MS SQL 서버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기간망 복구해서 뭐할겁니까. 일반 사용자들이 서버를 돌리고 있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구요. 하다못해 자막이라도 깔아줘야 사용자들이 알고 대처를 할 것 아닙니까.”

이런 식의 소모적인 설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또, 정보통신부 상황실에 전화를 해서 한참 상황을 설명했더니만,

“예, 저희들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구요? 그렇다면 왜 사람들에게 공표를 하지 않는겁니까?”

이런 식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우리나라 공기업들과 공공기관은 반성해야 합니다. KT가 떠들어대는 말만 믿고 그대로 옮겨적는 멍청한 언론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1월 25일 오후 10시를 넘어서자, 안철수 바이러스 연구소, 하우리등 보안 업체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내놓았고, 엘림넷 등 호스팅 업체들도 대비책을 내놓고, 이상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서버의 인터넷 접속을 아예 차단시켰습니다.

25일 오후 11시경을 넘어서면서 트래픽이 잦아들기 시작했고, MS SQL을 사용하지 않는 일부 서버의 트래픽이 정상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비씨파크 서버도 주변 서버들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지만, 그나마 MS SQL을 사용하지 않는 덕분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비씨파크에는 오후 11시경부터 각종 뉴스 및 분석 기사, 관련 자료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1월 25일. 전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인터넷 망을 마비시키고, 지금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며 인터넷을 마비시킨 MS SQL 웜으로 물든 하루는 이렇게 져 갑니다.

written by (sakurachan)
2003-01-26 01:08:26
2619 번 읽음
  총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김도성 '03.1.26 1:22 AM 신고
    그래도 그회사는 전화라도 받네요^^;; 한국통신은 2시경부터 받는데가 없던데. ㅡㅡ; ↓댓글에댓글
  2. 2. 박성훈 '03.1.26 1:25 AM 신고
    복구는 어느정도 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집은 왜 안돼는 거야... 우우,, ↓댓글에댓글
  3. 3. 이상선 '03.1.26 1:28 AM 신고
    복구보단 일단 SQL 서버가 탑재된 PC 를 점검 해봐야 합니다.

    글고 ISP 들의 노력도 필요하죠.. ↓댓글에댓글
  4. 4. 하대헌 '03.1.26 1:30 AM 신고
    잘읽었습니다. ↓댓글에댓글
  5. 5. 이상선 '03.1.26 1:31 AM 신고
    이번 문제의 책임은 ISP 도 면키 힘듭니다..

    ISP 들에서 SQL 패치만 했어도 이번사태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에댓글
  6. 6. 이형석 '03.1.26 1:32 AM 신고
    수고 하셨네요^^ ↓댓글에댓글
  7. 7. 이종대 '03.1.26 5:12 AM 신고
    bcpark자랑스렵습니다 최초발견하다니 이일을계기로 엄청난 발전이
    이있기를 기대합니다 ↓댓글에댓글
  8. 8. 윤다빈 '03.1.26 7:28 AM 신고
    bcpark자랑자랑 ~~~^.^ ↓댓글에댓글
  9. 9. 윤다빈 '03.1.26 7:33 AM 신고
    bcpark다시 봤습니다 회원인게 자랑스럽습니다 ↓댓글에댓글
  10. 10. 이병찬 '03.1.26 8:54 AM 신고
    bcpark.. 역시.. 우리 나라 인터넷을 끌어갈거 갈 선도주자군요.. 열심히 언론사나 정통부, KT의 잡것들을 열심히 방법합시다~ 그리고 요금감면 요청도... ↓댓글에댓글
  11. 11. 박승만 '03.1.26 9:52 AM 신고
    비씨파크 자랑~~~^.^
    비씨파크 다시 봤어요. 자랑스럽습니다 >ㅁ ↓댓글에댓글
  12. 12. 박승만 '03.1.26 9:53 AM 신고
    Micro Soft..이 샹긋들 같으니..만들걸 제대로하지 않고 이런 문제를 발생시키다니...DC가 일어서야 할때인가..허허 -ㅅ-;; ↓댓글에댓글
  13. 13. 이희성 '03.1.26 1:22 PM 신고
    참으로 대단하시군요 저같이 생각없는놈은 오늘같은날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고 놀텐데 ㅋㅋㅋ 연락다끊고 신나게 ㅋㅋㅋ ↓댓글에댓글
  14. 14. 최현웅 '03.1.26 1:24 PM 신고
    오늘 보니깐 속도가 게 좆같더군요 ↓댓글에댓글
  15. 15. 이현준 '03.1.26 1:44 PM 신고
    M$ 만날 대형사고의 온상이네 전에 코드레드때도 그랬고 사고치면 M$ 서버... SQL서버도 좀 다양(오라클,인포믹스 DB2등등)하게 분산해서 하지 M$-SQL 서버만 많으니까 이런 대형사고가 터지잖아요. ↓댓글에댓글
  16. 16. 이현준 '03.1.26 1:46 PM 신고
    m$제품은 누군가 그러든데 온통 허점 투성이라더군요. 그리고 그들의 기업정책으로 인해서 해커들의 공격표적대상 우선 순위이고요. ↓댓글에댓글
  17. 17. 이희성 '03.1.26 5:44 PM 신고
    마소의 빌게이츠는 해커를 가장싫어한다고 하는군요 그러면서 자기가 고등학교대 해커였데요 미친... ↓댓글에댓글
  18. 18. 이희성 '03.1.26 5:45 PM 신고
    세계에서 가장부자라고 하던데 순재산이 700조원이 넘는다고 아 정말 그돈으로 차라리 해커를 고용해서 순화시키겠다 돈아낄라고 그러나 니가 일년에 1조씩써도 다 못써 너 5년밖에 못살아 ↓댓글에댓글
  19. 19. 이명민 '03.1.26 6:38 PM 신고
    내삐러 둬요... 지 꼴리는데로 사라고,... 으휴...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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