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든다고 병역혜택 줘야 하나? :-(
국방부, 형평성 문제 내세워 반대... 찬반논쟁 치열
한국 축구 대표팀과 관련, 일부 국회의원들의 '16강 병역혜택' 서명이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계와 네티즌 사이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146명이 이달 초 축구에 한해서만 월드컵 16강 진입시 체육요원 편입 예외조항을 병역법에 두자는 병역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의, 국무총리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이에 대해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홈페이지 등에선 이에 관한 찬반 논쟁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행 병역법은 올림픽에서 3위 이상 또는 아시안 게임에서 1위에 입상해야 체육요원으로 분류, 병역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월드컵 출전선수에 대한 병역혜택은 현행 병역법과 상관없이 이들을 체육요원으로 분류,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만 받도록 한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병역면제나 다름없다. 여기에 해당될 병역을 마치지 못한 입영대상 월드컵 출전선수는 이천수, 차두리 등 모두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 등에는 이와 관련 "왜 지금 와서 갑자기 군면제 혜택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원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아무리 국가적인 행사라지만 축구선수들은 월드컵에 출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 아닌가. 그런데 선수들은 병역면제 운운하며 서운하다는 둥, 사기가 떨어진다는 둥 말하고 있다.
그럼 병역면제를 바라고 월드컵 대표가 된 건가" 라며 축구선수들의 자세를 비판하는 의견이 올라오는가 하면, "군 문제 때문에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 만약 16강 실패시 모든 책임은 대한축구협회가 아닌 국방부로 돌리겠다"며 16강 진출이라는 대의를 위해 병역면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월드컵 붐이 고조되면서 관심없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있어 '월드컵 만능주의'앞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은 많다. 그러나 월드컵이 눈앞에 다가올수록 더 거세지고 또 월드컵 기간 동안은 온 나라를 휘어잡을 게 분명한 '월드컵 만능주의'가 불러 온 이러한 논란앞에서만은 잘못된 주장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과연 우리에게 월드컵은 무엇인가. 이 논란과 관련한 모 신문의 기사제목처럼 과연 '16강이 뭐길래'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월드컵 축구대표 선수들만을 위한 병역특혜를 주장하고 있단 말인가. 이러한 주장은 과연 보편 타당한 주장인가. 필자는 단호히 '아니요'라고 주장하려 한다.
"월드컵 16강은 올림픽 '금'과 맞먹어"
일단 이의 반박에 앞서 병역특혜를 지지하는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월드컵 16강은 올림픽 금 값어치와 맞먹는 셈이니 병역특혜를 고려해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98년 아시안게임에서 박찬호 등 당시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통해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던 사례를 지적하면서 월드컵 16강 진출은 아시안게임 우승과는 달성 확률이나 그 가치에서 자못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당연히'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형평성’을 앞세워 16강에 진출하더라도 병역특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국방부의 입장은 탄력성이 실종돼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러한가. 이런 주장은 몇 가지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감히 주장한다. 확률에 근거한 이러한 단순비교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 면제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먼저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이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근본적 이유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올림픽 동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이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스포츠를 통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상, 국위를 선양한 이들에게 국가와 국민이 그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것이다. 즉 국가를 위해 공헌한 것과 같은 선상에서 그 기여도에 대해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언제부터 16강이 국가적 대의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아무리 '온나라를 뒤흔드는' 월드컵이라 할지라도 4년마다 치러지는 대회, 특히 일개 단일 구기 종목에서 그것도 32개 본선진출국 가운데 절반인 16개팀 안에 포함되었다고 해서 이러한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 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여기에 관한 어떠한 원칙도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98년 아시안게임의 경우,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기준과 원칙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한 선수들에겐 주어져도 합당한 혜택이라는 점에 대해 온국민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반면, 월드컵 16강은 온 국민의 염원일지는 모르지만 안 그래도 병역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며 병역특례를 줄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합당한 '기준'이 되기엔 너무 즉흥적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지금 16강이 우리 대표팀에게 지상과제일수는 있지만 언제까지나 모든 종목의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동메달 보다 값어치 있는 목표일 수는 없다. 만일 16강을 달성하고 목표가 8강, 4강으로 향상될 경우 그때는 그럼 어찌할 텐가. 지나친 상황논리에서 나온 근시안적인 제안일 뿐인 것이다.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따져봐야
둘째, ‘16강 병역혜택’ 주장자들은 국방부가 난색을 표한 이유중의 하나인 ‘타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다시 따져볼 일이라고 말한다. 즉 과연 전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는 ‘지구촌 최고잔치’ 월드컵과 타종목을 똑같은 잣대로 비교한다는 게 형평에 맞느냐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앞서의 주장보다도 더 설득력이 떨어진다.
‘월드컵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이들에겐 축구가 ‘지구촌 최고의 잔치’이고 다른 종목은 그에 비하면 소수의 일부 사람이 즐기는 마이너 스포츠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각 선수들, 특히 각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그 종목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고 그 덕분에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현재의 인기에 따라 종목별 가중치를 달리 평가한다거나,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기여도를 폄하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차별이다. 그야말로 중대한 ‘형평성의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꿋꿋이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더한 찬사가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열악한 조건에서 몇 배는 더 힘들고 외로운 훈련을 하고 있는 타 종목 선수들에 비하면 축구대표팀은 국민적 관심이라는 양질의 토양 속에서 타 종목 선수들보다 훨씬 나은 시설과 조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힘든 조건을 딛고 기적과도 같은 명승부를 연출하는 하키, 핸드볼, 럭비풋볼 등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선전에 무한한 감동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이번 논란과 관련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많다.
먼저 이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 바로 그 누구도 아닌 헌법상 유일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충분한 검토와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입법활동을 벌여야 할 국회의원들이 행한 이번 개정안 발의는 국민의 눈과 귀가 대표팀의 성적에 모여 있다는 사실에 영합한 지나친 인기주의가 아닌가하는 의심을 살만한 것이다.
또 이 문제에 관한 대한축구협회의 자세도 자칫 국민적 관심사를 이용한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 축구협회는 “병역혜택만큼 어린 선수들에게 확실한 ‘당근’이 없다”면서 국회는 물론 청와대 관계요로에 로비를 펼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어느 설문에 참가한 17명의 축구선수 중 10명은 16강에 진출할 경우 받고 싶은 선물로 ‘병역문제 해결’을 꼽았을 만큼 병역은 대표선수들에게 지대한 관심사다.
그러나 현재 축구 종목의 경우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와 경찰청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 또 타 종목에 비해 군생활이 선수생활의 기량에 미치는 영향도 비교적 적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문제를 제외하고서도 월드컵대표선수들의 16강 목표 앞엔 보통 국민들로선 상상하기 힘든 풍요로운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선수들은 16강에 들면 엄청난 명예와 부를 거머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
벌써 언론에서 언급되는 축구협회 등에서의 보상금 액수는 그야말로 사기진작을 위한 ‘당근’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큰 당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이는 꼭 병역면제를 위해 축구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아닐 것이다.
물론 월드컵을 위한 붐 조성이나 대표팀 사기진작을 위한 여러 노력들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방의 의무는 이런 식으로 논의될 만큼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축구'뿐만 아니라 그 어떤 종목이든 이를 담보로 한 '특별한'예외에는 찬성할 수 없다.
'국민개병제' 기본정신 되새겨야
우리는 몇달전 국적변경을 통한 어느 인기가수의 병역회피에 대해 누구보다도 분노하고 탄식했다. 오늘도 이 신성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무엇보다 소중한 날’을 보내고 있는 젊음 앞에 미안해 했다. 이제는 이 소중한 의무를 앞에 두고 더 이상의 부적절한 논란은 없어야 한다.
국방부는 다시 한번 이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축구협회를 비롯한 '16강 병역혜택' 주창자들은 기준의 형평성과 원칙의 일관성에 관해 다시 한번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헌법 정신은 무엇인가. 아니 거창하게 헌법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병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국민 개병제’의 기본 정신은 무엇인가. 바로 재산의 유무, 지위의 격차 등 개인의 배경과 상관없이 병역의무 대상자에 해당되는 모든 국민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책임을 가진다는 것이다. 즉 평등의 정신이요, 그 평등의 실현을 통한 자유의 이념이다.
비록 축구가 국내 최고의 인기 종목이라 할지라도 스포츠에 축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예외없는 의무가 타락한 '정치인'을 비판할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16강 특혜 반대. 신성한 국방의 의무! 형평성이 없다면 국민은 지킬 의무가 없습니다.”
국방부와 146명의 국회의원들, 그리고 이한동 국무총리를 방문해 협조를 당부한 정몽준 월드컵대회 공동위원장은 어느 네티즌의 이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류동수 기자 bagdad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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