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명에 육박하는 네티즌들은 요즘 설 땅이 없다. 시ㆍ공간 제약이 없는 열린 사이버공간에서 정착할 공간이 없어지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커뮤니티의 게시판 단속을 선언하고 나 서 마음대로 할 말도 못하게 될 형편이다.
지난 14일 프리챌( www.freechal.com) 유료화로 100만개가 넘는 커뮤 니티가 한순간에 집 밖으로 내몰렸다.비용을 부담하면서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커뮤니티는 10만 개 남짓. 따라서 나머지 100만개 커뮤니티는 일단 이동 의사를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커뮤니티는 현실세계로 비유하면 동창회 꼴이다. 커뮤니티당 10명씩만 잡아도 1000만명 정도의 네티즌이 졸지에 갈 곳 을 잃은 셈이 됐다. 이들 대부분은 가장 대형 카페모임인 다음을 이사 목적지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무료로 '입주'할 수 있는 데다 주요 소통수단인 메일이나 메신저가 강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던 것. 하지만 이것 역시 여의치않다.
다음(daum.net) 카페는 한국음반산업연합회가 저작인접권을 문제삼으 면서 한순간에 범죄자로 쫓기게 될 판이다. 당초 다음에 머물던 5000개 카페의 네티즌들 역시 비상이다. 최종 시한인 오는 25일까지 관련 자료를 삭제하지 않으면 민ㆍ형사상 중죄인이 돼버릴 처지다.
음악카페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누구나 편히 들을 수 있기에 카페의 몸집이 다른 커뮤니티보다 유달리 크다. '뮤직비디오음악감상' 카페 한 곳의 가입회원은 무려 47만명이다. 이들 모두 하루아침에 범죄인으로 몰릴 지경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번지자 오랫동안 머물러온 둥지를 떠나는 네티즌들 도 속출하고 있다. 마법의 성이나 뮤직박스 등 음악전문 카페는 물론 이다.
단지 음악이 좋아 게시판 한 곳에 음악창고를 만들어 둔 네티즌들도 '범죄자' 위협에 스스로 문을 닫기도 한다. 다음에서 하루에 문을 닫는 카페 숫자는 3000여 개를 넘어섰다. 그렇다고 다른 커뮤니티로 덜컥 옮기기도 그렇다. 지금이야 저장공간을 덤으로 얹어준다느니, 이메일 사용량을 늘려준 다느니 '감언이설'로 유혹하고 있지만 언제 유료화할지 모르는 일이 다.
공간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할 말도 마음대로 못하게 될 것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특정 정치인 비방 자제를 명목으로 게시 물 단속에 나선 것이다. 코리아닷컴(korea.com) 커뮤니티를 대상으로는 이미 감시체제에 들어 갔고 곧 전체 사이트로 확대할 움직임이다. 정치에 대한 소신을 올려 놓아도 하루아침에 삭제돼 버리고 만다.
다음카페의 한 운영자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무시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옳고 그름을 정확히 따져야 하겠지 만 뒷짐만 지고 있는 포털들 역시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