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과 서비스는 구입하여 사용하는 유저들에 의하여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산업은 그렇게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네트워크 장비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가장 많이 판매가 되고 있는 ADSL, VDSL, 케이블모뎀은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사업자로부터 임대를 하여 사용하기에 구입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국내에서 개발되는 대부분의 네트워크 장비는 구입하는 서비스 사업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개발되고 있다보니 일반적인 시장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되지도 않을뿐더러,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지 않고, 국내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는 어느 제조업체들 보다도 열악한 환경속에서 있다.
유선 인터넷 장비시장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의 시장 독과점 정책 속에서 사업자에게 임대장비를 납품하는 것을 타겟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 외산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과 일부 국내 장비업체들은 일반 유저들이 원하고 ISP사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공유기를 주축으로 개발 및 판매가 이루어 지면서 성장하였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무선랜 시장을 유선랜 시장과 같이 독식하고자 사업자의 입장에 맞추어서 시장을 만들려고 수많은 비용을 들여서 노력하였고, KT는 넷스팟이라는 서비스로 인터넷 공유기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무선랜을 이용하도록 하는 마케팅 목표를 가지고 수익을 늘리려고 노력하였으나, 결국 사용자들의 외면으로 시장은 형성되지 못하였고 실패를 가져왔다.
KT 네스팟의 실패는 사업자가 타겟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최대속도가 11Mbps를 지원하는 802.11b장비로 서비스를 하다보니, 빠른것을 좋아하는 국내 이용자들의 니즈에 부합되지 못한 것이 더 큰 원인이었으며, 인텔의 센트리노가 실패한 이유도 네스팟의 경우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판단된다. (참고로, 802.11b장비의 경우 최대속도는 11Mbps라고 하지만, 실제 최대속도는 5Mbps이다.)
결국 네스팟 서비스나 여타 무선랜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에 사용되는 장비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마케팅의 변화가 없지 않는 한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설치한지 얼마되지 않은 장비를 당장 철거하고 투자할 수 있는것이 아니므로 네스팟 서비스의 대대적인 혁신은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런 네스팟의 실패로 그동안 KT만 바라보고 사업을 진행해왔던 국내 무선랜 장비업체들은 현실을 깨닫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살아남기 위하여 일반 이용자가 구입하는 리테일 시장으로 타겟을 전환하는등 마지막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공유기능이 없는 일반 AP장비는 ISP업체에서 구매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용하고 있는데 비하여, 리테일 시장에서는 인터넷 공유기능을 갖춘 AP장비들이 판매가 활성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최대속도 11Mbps를 지원하는 802.11b장비를 주축으로 판매를 진행하였다.
일본의 하드웨어 업체인 버팔로가 54Mbps를 지원하는 802.11g장비를 타 업체보다 빨리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기존의 외산 네트워크 관련장비 업체들에서도 54Mbps급 장비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곧 국내 무선랜 장비 업체들에서도 54Mbps급 장비들을 선보이게 될 전망이다.
국내 무선랜 시장은 사용자 외면으로 이미 하나로통신의 Anyway 서비스과 KT의 Nespot 서비스는 더이상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유선 인터넷 서비스를 보조하는 역할로 사용자들의 입맞에 맞는 무선 인터넷 공유기 중심으로 일반 리테일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무선랜 장비는 유선 인터넷 공유기가 발전하여 무선랜을 지원하는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은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발전되어야 기업과 사용자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는 것이 무선랜 서비스와 장비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PS. 사진은 리뷰를 준비하면서 각종 무선랜 장비를 테스트 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