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요금 KISDI 보고서 잘못됐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2004.05.11 11:16:33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내놓은 'OECD 국가의 초고속인터넷 요금비교' 보고서는 국내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내 최고 권위의 정보통신 관련 연구기관인 KISDI의 권위에 손상을 입게 됐다.

KISDI는 최근 ITU(국제전기통신연합)자료에 기초해 미 FCC(연방통신위원회) 보고서를 인용,'OECD 국가의 초고속인터넷 요금비교'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의 초고속인터넷 요금을 하향접속속도 1Mbps를 기준으로 구매력평가지수로 환산한 결과 일본의 재팬야후는 12Mbps의 초고속인터넷을 월 19달러(1Mbps당 1.57달러), 한국의 KT는 8Mbps 상품을 월 31달러(1Mbps당 3.88달러)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즉 속도를 기준으로 단순비교하면 일본에 이어 한국이 2번째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소득 대비 요금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월평균 소득의 0.08%를 차지, 조사대상 10개국중 스웨덴과 함께 가장 비싼 것으로 KISDI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 내용은 국내 통신사업자별 상품 가입률을 감안하지 않고 FCC(연방통신위원회) 보고서를 직역해 옮기면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초고속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비씨파크(www.bcpark.net)를 운영하는 박병철 사장.

박 사장은 "KISDI가 보고서에서 예로 든 KT 8Mbps상품(프리미엄)은 20% 정도만 이용하고 있어, 이를 기준으로 OECD 국가와 초고속인터넷 요금을 비교한 것은 잘못된 통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정책을 지원하는 KISDI가 국내 현실에 대한 고려없이 다른 나라 보고서를 직역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국내 초고속인터넷 요금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떠한가에 대한 정확한 파악없이 인터넷 종량제를 추진하는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프리미엄급 서비스의 경우도 실제 필드에서 최대로 나올 수 있는 속도는 7.2Mbps이며, PC나 해당 네트워크에 걸리는 부하와 신호레벨등의 문제등으로 인해 실제 환경에서는 3 ~ 4 Mbps 정도 나온다"면서 "이런 현실을 감안했을 때 한국의 KT는 2Mbps 상품을 월 25달러에, 3Mbps의 상품을 월 27달러에 제공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처럼 KT는 1Mbps당 3.88달러가 아니라, 1Mbps당 9달러 정도를 받는 셈이라는 것이다.

박 사장은 "일본과 미국의 국토의 넓이가 우리나라의 몇배에서 수십배 넓은것을 감안하면 국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가장 비싼 수준을 떠나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은 KISDI 보고서가 정부 정책입안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제기다.

◆"비교방법이나 상품별 분석없이 작성한 건 실수"...KISDI

이에 대해 KISDI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 작성에 있어 비교방법론이나 어떤 상품을 대상으로 했는 지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건 실수"라면서 "하지만 각국별 초고속인터넷 요금비교을 비교함에 있어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요금 순위가 달라지는 만큼 이번 보고서는 FCC의 보고서를 소개하는 수준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또 "ITU의 다른 보고서에는 단순 속도(100Kbps)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의 요금이 일본 다음으로 저렴한 것으로 돼 있는 등 우리나라의 월소득 대비 초고속인터넷 요금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과는 다른 통계도 있는 만큼, 초고속인터넷 요금 수준 비교에 대한 방법론을 정립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