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세력에 피랍된 아들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틀 동안 식음을 전폐했던 아버지 김종규씨(70)와 어머니 신영자씨(60)는 김씨가 끝내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한 23일 새벽 4시30분께 실신하고 말았다. 이들 부부는 112순찰차와 119소방대에 의해 잇달아 인근 봉생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틀째 밤샘을 하며 무사귀환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23일 오전 2시께 TV 자막을 통해 선일씨의 살해 소식이 알려지자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절규했다.
안방에서 석방 소식을 기다리다 비보를 접한 아버지 김씨는 "선일아 선일아"를 외쳤고, 어머니 신씨도 아들 이름을 부르며 "이 일을 어쩌나, 선일이가 불쌍해서 어쩌나"를 연발하며 오열했다.
이웃주민 30여명도 살해 소식을 듣고 달려와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며 가족들을 부둥켜안고 울음바다를 이뤘다. 이웃 청년들은 "정부는 무엇하고 있었느냐"며 격분하고 관할 동구청에서 마을 입구에 알 자지라 방송 촬영용으로 내걸었던 '한국인은 이라크의 친구' 등 무사귀환을 바라는 아랍어 현수막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아들의 살해소식에 충격을 받아 실신해 인근 봉생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정신을 되찾은 아버지 김종규씨와 어머니 신영자씨은 현재의 심정 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심정은.
▲김씨 "너무 비참하다. 할말이 없다. 나도 죽고 싶은 심정이다".
신씨는 "선일이가 정말 죽었느냐. 불쌍해서 어쩌지"만 되풀이하며 다시 통곡했다.
―정부당국의 조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씨 "정부가 너무 원망스럽다. 민간인보다 교섭력이 뒤떨어졌다. 도대체 한 일이 무엇인가."
신씨 "외교통상부에서 전화 한통 온 것밖에 없다. 너무 무성의한 것 같다."
-가나 무역회사에 대해 할말 없나
▲김씨 "납치된 지 3일이나 지난 뒤 당국에 알려 교섭시간을 놓친 것 같아 원망스럽다. 좀더 빨랐더라면 살릴수 있었을 텐데…."
―정부에 대해 할말이 있는가
▲ 김씨 "무장단체가 선일이를 납치한 후 파병철회를 요구했을 때, 내아들을 살려놓고 해도 될 파병원칙 고수 발표를 그때 꼭 해야 됐었는지 묻고 싶다. 여러 방면으로 선일이를 구하려 했다는데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다. 민간이 나서 무장단체 관계자와 여러차례 교섭을 했다는데 당국은 이들을 만나보지도 않았지 않았는가."
신씨 "선일이는 정부가 죽였다. 일본은 세 사람이나 납치됐는데 모두 구해내지 않았는가."
―더 할 말은.
▲김씨 "다른 아이처럼 한번도 편안히 공부시켜 주지도 못한 내 아들이 너무 불쌍해 죽을 지경이다."
부산〓이영재·홍호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