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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 한국통신,인터넷시장 저인망식 싹슬이

 

닷컴기업들이 `공룡' 한국통신을 겁내고 있다. 식성이 엄청나, 주력시장으로 삼고 있는 `텃밭'에 일단 발을 들여놓았다 하면 시장을 거의 싹쓸이하기 때문이다.
한통은 지난해 10조32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9년보다 7.6% 증가했다. 순이익은 163.5% 늘어 1조101억원에 이르렀다. 한통은 “인터넷과 무선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편 덕”이라고 비결을 밝혔다.

한통은 “이제부터는 한통을 전화회사가 아니라 인터넷업체로 봐 달라”고 주문한다. 닷컴기업들이 들으면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다. 매출 10조, 순이익 1조원을 넘는 한통을 경쟁상대로 맞아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통과 싸워 누가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한 때 시장에서 삼성을 만나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테헤란밸리 닷컴기업들 사이에서 한통을 만나면 보따리 쌀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오가고 있어요.”(벤처기업 사장)

한통은 그 큰 몸집을 앞세워, 이미 여러 분야에서 닷컴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전화선을 이용한 인터넷 자동접속 시장에 뛰어들어, 앞서 진출해 있던 200여개 중소·벤처기업을 울렸다. 당시 네오위즈는 특허로 울타리를 쳐 막으려 했으나, 한통과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이는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한통은 최근 전국 1만82개 초·중·고등학교에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개통했다. 이 일을 진행한 류동인 부장은 “학생 수가 2명밖에 안되는 마라도 분교에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우리나라의 초·중·고는 1만700여개로, 전체의 95%가 초고속인터넷을 갖춘 셈이다. 달리 보면, 전국 초·중·고와 재학생 대상 인터넷 시장의 95%를 한통이 독차지한 것이다.

닷컴쪽에서 보면 속이 탈 노릇이다. 초·중·고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포털 등의 인터넷서비스 사업을 준비해온 벤처기업들은 시장을 통째로 잃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한통은 각급 학교에 초고속인터넷을 무료 내지 싼 값에 주는 조건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바로 `한미르'(www.hanmir.com) 사이트가 뜨게 하도록 했다. 한미르는 검색, 전자우편, 쇼핑, 학습장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통의 포털사이트다.

또 재학생 모두에게 한미르 전자우편 계정을 갖도록 했다. 가입자가 한꺼번에 700만명 가량 늘어났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해마다 초등학교 신입생 수(60여만명)만큼 늘어난다.

한통은 전국 초·중·고에 보급한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온라인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미르 교육포털' 사이트(edu.hanmir.com)를 열었다.

인터넷검색, 전자우편, 인터넷쇼핑, 온라인교육, 커뮤니티, 교육포털 등에서 한통과 경쟁중인 닷컴기업들은 “한국통신이 전국 초·중·고에 저인망을 쳐, 시장을 깡그리 훑으려 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전자우편 계정은 전화번호와 같아 한번 만들면 바꾸기 어려워요. 전자우편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더 그래요. 학생들에게 한통의 전자우편 계정을 독점 보급하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처사예요.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감을 높이는 구도를 깨고, 많은 전자우편 솔루션과 서비스 사업자를 고사시킬 수 있거든요.”(나라비전 박병근 기획실장)

“어쩌겠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전자우편을 쓰게 훈련시켜준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지요.”(드림위즈 김정수 과장)

한통은 1999년 9월 뒤늦게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미 시장에는 하나로통신, 두루넷, 드림라인 등이 들어와 있었고, 하나로통신은 10만명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5개월 가량 지난 지금, 한통은 이들을 모두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이미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45%를 차지했고, 2위 사업자 하나로통신(28%)과의 격차를 갈수록 큰 폭으로 벌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피드로 등이 경쟁에 지쳐 사업을 접었고, 두루넷과 드림라인 등도 비틀거리고 있다.

“당연하죠. 한국통신은 전국 통신망을 가졌는데. 멀지않아 한통이 시장을 거의 독식하게 될 거예요.”(두루넷 관계자)

한통의 시장 독점은 이외에도 시외·국제전화와 인터넷데이터센터 등 한통이 진출한 대부분의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쇼핑에서도 선두주자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1990년대 통신서비스 시장을 한 부문에 3개 사업자를 두는 형태의 경쟁체제로 가져가는 정책을 펴며, 업체별 시장점유율이 6:3:1 구도로 나눠지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내전화 시장은 98%, 시외전화는 84%, 국제전화는 65%를 한통이 장악하고 있다. 한통의 시장독점 추세는 갈수록 심화돼, 데이콤은 최근 정통부에 시외전화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한통이 지나간 자리에는, 닷컴 시체가 즐비하게 될 겁니다.”(한국콘텐츠사업연합회 관계자)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2001-03-12 09: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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