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성명서 전문.
회사는 특종을 독려할 염치가 있는가
회사 간부들이 기자들이 건져올린 특종을 ‘낙종’으로 만들었다. 구태가 재연된 데 대해 기자들은 참담하다.
뉴미디어센터 쿠키뉴스팀은 18일 오후 제보를 통해 ‘광고 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 보고서’라는 파일을 입수했다.
제일기획의 의뢰로 동서리서치가 작성한 이 문건에는 국내 유명 연예인 99명 등에 대한 세부평가는 물론 민감한 사생활 등이 수록돼 있었다.
이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취재팀은 곧바로 제일기획 등에 대한 확인취재를 거쳐 오후 4시40분쯤 쿠키뉴스에 1보로 띄웠고 본보에도 19일자 가판 사회면에 관련기사를 실었다.
온·오프라인의 공조를 통한 완벽한 특종이었다. 가판 신문이 나올 즈음 CBS 노컷뉴스를 포함, 각종 인터넷 매체들이 쿠키뉴스의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고 홈페이지는 접속 폭주로 한 때 다운됐다.
그런데 편집국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제일기획의 기사 삭제 압력이 있었고, 오후 5시쯤 광고마케팅국장이 뉴미디어센터에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오후 7시에는 제일기획 홍보책임자가 직접 회사를 찾아왔다. 편집국 간부들은 향후 광고 수주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기사를 뺄 것을 요구했다.
결국 기사는 시내판에서 사라졌고, 쿠키뉴스도 톱을 하단으로 내렸다. 하지만 우리가 뉴스를 죽이는 그 시간 쿠키뉴스 특종 기사는 다른 인터넷 매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19일 제일기획이 해명보도자료를 내기에 이르자 타사들은 20일자 가판부터 1면이나 사회 1면 등에 비중있게 다뤘다.
20일자 가판에 이 기사를 싣지 않았던 본지는 3판부터 관련 기사를 다시 사회면에 올리며 뒷북을 쳤다. 특종기사를 죽였다가, 타사가 크게 받으면, 뒤늦게 쫓아가는 한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기사를 빼달라"는 광고주의 요구를 받아주면 앞으로 광고를 잘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회사 간부들의 사고방식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언제까지 ‘전화 한 통화면 기사 빼주는 물렁물렁한 신문’으로 남아야 하는가.
회사는 기사 삭제압력이 가해지던 그 시각 경영설명회를 열고 "향후 온·오프라인의 공조를 통해 좋은 기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적은 인력, 빈약한 지원 속에서도 어렵게 건져 올린 특종 기사를 이런 식으로 묻어버린다면 기자들은 무슨 보람으로 취재현장을 누비란 말인가.
이래놓고도 기자들에게 특종과 좋은 기사를 주문할 염치가 있는가.
2005.1.21.
국민일보 노동조합 공정보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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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들어서 이런글을 볼때마다 "글은 그 사람의 생각일뿐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