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병장 김모(29)씨가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린 군 부대내 '인권침해 실태 보고서'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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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군 병사의 인권실태
- 2004년 7월 전역한 예비역 병장의 경험을 중심으로 -
추억이 아름다운 이유는 좋지 않은 기억은 과거의 시간에 묻어두고 좋은 기억만 간직한 체 회상을 하기 때문이다. 군대에서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군복무 당시에 느꼈던 불법·부당한 처사와 대우들은 전역 후 과거의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고 대부분의 예비역들은 추억으로만 간직한다.
그러기에 군대에서 병사들의 인권은 그 대상과 주체가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일부의 내적 문제제기만 있을 뿐 아직도 본격적인 문제제기나 그에 따른 사회적 관심 역시 거의 전무한 게 현실이다.
본인은 2002년 6월 10일 육군 00훈련소에 입대하여 2004년 7월 9일 육군 00부대에서 전역을 한 예비군 병장이다. 지난 25개월간 훈련소에서부터 자대까지의 군복무 경험을 근거로 사례중심으로 현역 병사들의 인권실태를 비판하고자 한다. 아무리 군대가 예전에 비해 개혁되고 민주적으로 변화했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군인의 절대 다수인 40만 명 이상의 현역 병사들은 폐쇄적이고 억압적 분위기 아래 철저히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
더욱이 오랜 시간 그런 군대조직에 적응이 된 상·병장들의 일부는 오히려 그 분위기에 편승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존에 있던 악습을 그대로 생활화하며 군복무를 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군복무 과정에서 체득한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그리고 가부장적인 군사문화가 전역 후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래 사례는 간부와 병사간의 인권유린과 병사 상호간의 인권유린으로 구분해서 정리하였다. 이 글은 어느 특정 간부나 병사의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지우자는 게 아니다. 군 관계자들은 이 글을 통해서라도 병사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부디 ‘병영 생활 행동강령’ 등의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실제 복무중인 현역 병사들의 입장에서 병사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본인의 소속을 밝히는 것은 아래의 사례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사례
1. 00훈련소
- 간부와 병사 -
·훈련소에서는 군생활의 필수적인 기초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강당에서 ‘효’에 대한 교육 시간 중 졸고 있는 훈련병이 있었다. 중대 한 장교는 교육을 하던 중 온갖 욕설과 함께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또 다시 조는 훈련병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지니고 다니던 1m정도 길이의 지휘봉을 던져버렸다. 그 지휘봉에 맞은 훈련병은 눈 위에 멍이 심하게 들었으며 강의가 끝난 이후에도 소대장실에 불려가 구타를 당했다.
·사격 훈련 중이었다. 역시 같은 장교는 본인의 사격 자세가 나쁘다는 이유로 군화발로 헬멧을 착용하고 있는 머리를 걷어차고 지휘봉으로 머리를 수 십대 가격했다. 물론 폭언과 함께. 그렇게 당한 훈련병이 수도 없이 많았다. 이 비슷한 구타 상황이 대부분의 기초 훈련동안 계속 발생했다.
- 병사와 병사 -
·훈련소에서는 식사 시간이 대개 5분 안팎이다. 식당 밖으로 많은 인원이 대기 중일 때는 1~2분 만에 식사를 끝내라는 경우도 나타난다. 한번은 자리에 앉자마자 조교가 와서 그만 먹고 일어나라고 한다. 테이블 당 6명이 앉기 때문에 6번째는 배식을 받아서 앉은 경우는 차마 먹어보지도 못하고 일어나야 한다. 한번은 일어나라는 조교의 얘기에 본인이 마저 먹고 일어나면 안 되냐고 하니까 ‘지시불이행, 명령불복종’이라며 식당 밖으로 끌고 가서 팔굽혀펴기의 얼차려와 함께 폭언이 시작된다. 아무리 시간에 쫓겨 많은 인원이 식사를 하기 위한다지만 본인이 느끼기엔 조교들이 그런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훈련병 1종교 가지기 캠페인 이라며 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 한 종교를 선택해야 된다고 조교들이 얘기한다. 특히 무교인 경우는 기독교에 대한 반강제적 요구가 시작된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이면 강제적으로 3가지 종교 중 한곳은 무조건 종교 활동을 나가야 된다. 또한 세례, 수계 등의 종교의식도 반강제적으로 받아야 한다.
본인은 아직 믿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 그냥 내무실에 남겠다고 하는 순간 또 다시 조교들의 폭언과 협박이 이어진다.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끝까지 이런 식의 강제 동원 종교 활동 참가는 못하겠다고 하니까 중대장과의 면담을 하게 되었고 이후부터는 종교가 없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훈련병 몇 명이 일요일 오전 종교 활동을 가지 않고 내무실에 남게 되었다. 종교에 대한 부분은 누군가 강제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또한 어떤 믿음이나 고민도 없이 종교의식부터 시키는 행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2. 00교육단
- 간부와 병사 -
·후반기 교육장인 수송 교육단으로 이동한 첫날 저녁 모든 교육생이 식당에 집합했다. 그리고는 메모지와 볼펜을 나눠준 후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 중에 정치인, 군인, 경찰 등의 시쳇말로 빽이 있는 사람은 모두 적어 내라는 것이다.(물론 논산훈련소에서도 마찬가지다. 훈련소에서는 조교가 직접 질문을 한다) 그 중 한 교육생이 계급은 적지 않고 경찰이라고 적었던 것 같았는데 한 간부가 메모지를 수거하여 정리하다가 그 메모지를 발견하고 경찰의 계급을 물으니까 파출소장이라고 했다. 순간 파출소장이 빽이냐며 구타가 시작되었다.
- 병사와 병사 -
·제2 수송 교육단에서는 모든 언어가 욕설로 시작해서 욕설로 끝난다. 특히 구대장이라는 교육생의 생활을 담당하는 기간병들은 아침 기상 시부터 욕설로 시작해서 식사시간, 취침시간까지 이유 없는 욕설이 생활화되어 있다. 한번은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한 교육생이 뛰어 올라갔는데 뛰었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폭언이 가해졌다.
3. 00부대
- 간부와 병사 -
·휴일 면회를 하고 온 같은 내무실 병장은 면회 장소에서 음주를 과하게 하고 복귀했다.(당시 면회를 할 때 약간의 음주는 허용이 되었다) 그 날 당직사관에게 면회 복귀 신고를 하면서 음주 탓에 실수를 한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당직사관과 마찰이 있었고 그 병사는 한 겨울에 영하 날씨 속에 5시간가량을 전봇대에 묶여서 추위에 떨었다. 그리고 다음 날 부터는 군장구보를 시켰다. 물론 그 병사의 과한 음주에 따른 잘못이 우선이겠지만 당시 상황은 원칙에 따라 징계처리를 해야 함에도 징계위원회도 하지 않고 당직사관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그런 만행을 저질렀다.
·상급부대에서 보안 감사를 나왔는데 행정병이 자신의 컴퓨터에 비인가 성인물을 설치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부사관은 행정병을 집합시켜 구타의 수준을 넘어서 의자를 던지고 주먹으로 병사를 가격하고 몽둥이를 이용해서 온몸을 구타하였다. 한 동안 샤워장에서 만난 그 병사는 등, 허벅지 부위에 몽둥이 자국이 남아 있었다.
·옆 내무실 병장이 휴가 전령서(추천서)를 임의로 수정하였다가 발각되었다. 그 병사는 한 장교로부터 앞으로 엎드린 자세에서 군화발로 온몸 곳곳을 구타당하고 3일 동안 일과 시간 내내 간부 옆에 서서 벽을 보고 서있는 가혹 행위를 당했다. 당시 그 병사는 그런 비인격적인 대우가 너무 힘들다며 차라리 군법에 따라 징계를 받고 싶다고 본인에게 하소연을 했었다.
·같은 내무실 상병은 입대 전 대학 동아리 활동으로 테니스를 하였다. 입대 후 현재는 다른 병사와 같이 일과는 일과대로 수행하고 일과가 끝나는 17시 이후 그 병사만 ‘제 2의 일과’가 시작된다. 간부들을 상대로 테니스를 치는 것이다. 이 병사는 ‘소원수리’(지휘관에게 보내는 바램), 편지, 간부와의 상담, 분대장과의 상담 등을 통해 지금의 현실이 너무 힘들다고 수도 없이 한탄했다.
그리고 테니스만 안 치면 군생활을 잘 할 것 같다고 한다. 더욱이 저녁 시간에 테니스를 치다보니 가끔 저녁 식사도 못한 체 테니스를 치기도 한다. 주말 역시 다른 병사들은 개인정비 및 휴식을 취하지만 이 병사는 비가 오지 않는 한 간부들 테니스 상대에 몇 시간씩 시달린다. 지휘관부터 중대장까지 거의 모든 간부가 그런 식이다.
·헌병대에서 보직을 맡아 임부수행간의 일이다. 당시 헌병대 한 장교는 헌병대 병사를 구타하여 그 병사가 법무부 간부와 상담하고 일이 제법 커진 경우도 있었고 그 장교는 운전병 중에 한명을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구타를 하여 그 상황이 수송대 간부들에게 보고가 되고 그 병사의 부모님도 알게 된 경우도 있었으나, 가재는 게 편인지 그 두 가지 사건은 조용히 넘어갔다. 힘없는 병사만 결국 피해자인 것이다.
- 병사와 병사 -
·본인이 100일 위로휴가를 복귀했을 때의 상황이다. 옆 내무실의 병장이 와서 휴가 중에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느냐 몇 번 했느냐 하며 같은 내무실 병사들이 보는 가운데 앉아 있는 본인에게 머리를 숙이더니 성기의 냄새를 맡아봐야 한다며 접근한다. 그 다음에도 그 병사는 다른 이등병이 복귀할 때도 여자 친구와의 성관계를 적나라에게 묻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본인이 입대하여 처음으로 선임병한테 불려가서 군대언어로 ‘갈굼’을 당한 경우는 면도를 하다가 면도날에 살이 베어 내무실에서 거울을 보며 연고를 발랐는데 한 선임병이 오더니 이등병이 거울을 본다며 ‘갈굼’을 시작한 경우다. 군대에서는 이등병만을 위한 악습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비슷한 경우로 이등병 때 내무실마다 보급되는 국방일보를 토요일 오후에 보고 있는데 한 선임병이 오더니 화장실로 불러서 이등병이 신문을 본다며 ‘갈굼’을 시작했다. 이 비슷한 상황은 일·이병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해서 ‘군기’라는 미명아래 이어진다. 이는 내무실에 남아있는 선후임간의 계급적 차이를 생활에서의 차별로 남겨 놓은 악습의 잔재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부대마다, 내무실마다 그 정도가 아주 다르다. 사실 우리 중대의 경우 그 정도가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본인이 상병 때 정도부터 우리 대대에는 구타가 거의 없어졌지만 그 이전에는 수시로 발생했다. 구타의 이유는 만들기 나름이지만 대부분이 간부들이 병장들에게 후임병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고 수시로 스트레스를 주니까 병장들은 그 전달과정에서 구타 및 폭언, 가혹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이다. 일·이병이 어떤 실수를 하게 되어도 같은 내무실 병장이 간부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때문에 그런 악순환은 근절되지 않고 계속되는 경향이 있다.
이상의 사례 외에도 숱한 사례들이 있지만 본인의 기억을 더듬어 간략히 정리해봤다. 간부와 병사의 경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한 가정의 아들로 인권이 있는 병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하로 비서로 심부름꾼으로 하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간부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간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병사들의 보직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부 병사의 경우 간부에게 선심성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양주, 한약, 영덕대게 등 본인이 직접 들은 것만 해도 여러 명이 된다. 또한 헌병대, 감찰 등에서 수시로 병사들의 설문조사를 받으러 오지만 이것 역시 사전에 해당 간부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철저한 교육을 받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간혹 용기를 내어 설문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병사들도 있지만 2년간의 기억에 의하면 설문조사 이후 어떤 변화도 없었다.
20대 초반에 2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군복무로 보내게 되는데 개인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라도 군복무 2년이 소비의 시간이 아니라 생산적인 투자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군대라는 곳은 당연히 고생을 하러 가는 곳이고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알리면 자신만 피해를 본다는 피해의식과 원래 인간다운 대접을 기대하기 곤란한 곳으로 잘못된 인식을 하기 때문에 웬만한 인권 유린은 큰 문제화 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다.
군에서의 사망사고 중 자살사고가 40% 이상이라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남긴다. 자살 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가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본인의 중대에서도 수시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항상 탈영, 자살에 대한 의견이 이등병 설문조사에서 일부 나타났다. 표현하지 못한 병사들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병사들이 간부들의 횡포에 선임병들의 횡포에 못 이겨서 탈영, 자살 이라는 극단적 생각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군 내에서는 병사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부서가 신설되고 군 외에서는 독일의 국방감독관 제도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군대 조직에 있어서 병사들의 인권문제 외에도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 복무제에 대한 문제, 징병제 일반에 대한 문제, 군 의문사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이 글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근거로 병사들의 인권에 대한 문제만 제기한 것이다. 본인이 경험한 군생활이 육해공 삼군 중 육군의 한 부대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현재 군복무를 하고 있는 현역 병사나 최근 전역한 예비역들은 거의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어떤 현상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그런 불법·부당한 처사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군대 조직 자체 분위기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상의 사례들이 타부대에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간부들의 병사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악습들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문제인 것이다. 조직 자체에서 폭력과 폭언·가혹행위가 일반화된 어긋난 위계질서가 재정비되기 전에는 어떤 해결책도 방안이 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