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망 "ADSL편중" 부작용
박창신 heri@dt.co.kr 2001/04/16
정보통신부가 2001∼2005년 3단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가운데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 중심의 가입자망 구축에 대한 반성론이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ADSL의 급속한 보급이 인터넷의 기반을 확산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외산장비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막대한 국부유출을 초래한데다 최근에는 외국업체의 저가공세로 국내 업체들이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통신사업자들이 기존에 포설된 구리선을 활용하는 ADSL에만 매달릴 경우 향후 국가 정보인프라인 가입자망을 광(光) 중심으로 고도화하는데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3단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에서는 정책적으로 가입자망 고도화와 동시에 국내 장비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대안기술의 모색과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정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ADSL 가입자가 지난 3월말 현재 28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지난 1여년간 최소한 1조원 이상이 ADSL 장비와 부품 구입비용으로 해외에 지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ADSL 1위 사업자인 한국통신의 경우 노텔네트웍스 시스코시스템즈 알카텔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외국 4사가 지난해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총 장비공급량 305만회선(약 1조3700억원) 가운데 56% 정도인 170만회선(약 7410억원)을 공급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총 132만회선(약 6300억원)을 공급했으나 모뎀칩, 플래시메모리, CPU(중앙처리장치) 등 원가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부품을 전량 수입했다. 또 2위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은 자본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지난해 시스코로부터 1억7000만달러, 루슨트로부터 1400억원 규모의 벤더파이낸싱을 통해 각각 ADSL 장비를 조달했고 올해는 알카텔과 벤더파이낸싱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통의 ADSL 장비입찰에서 외국업체들의 저가 응찰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업체들이 모두 탈락, 전체 132만회선중 74%가 외국업체로 돌아갔다. 또 지난 13일 실시한 올 하반기분 입찰에서는 외산장비의 저가공세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현대전자 등 국내업체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일제히 출혈경쟁에 나섬으로써 낙찰가가 지난해 말보다 4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ADSL 모뎀 등을 생산하는 중소 장비업체들의 적자납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로 인해 한때 100개가 넘었다가 지금은 40여개로 줄어든 국내 중소 모뎀조립업체들이 폐업위기에 봉착했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가입자망의 진화관점에서도 ADSL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향후 광 가입자망 구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광운대학교 정보통신연구소 홍완표 교수는 “구리선 기반의 ADSL이 초고속인터넷 보급에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향후 국가산업의 발전과 미래지향적인 정보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서 ADSL 이후의 초고속인터넷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ADSL 단계에서 머뭇거릴 경우 약 10년전부터 FTTH(Fiber To The Home;가정까지 광케이블을 포설하는 것)를 목표로 광케이블을 깔아온 이웃 일본에 정보인프라 측면에서 순식간에 뒤처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출처 : 디지털 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