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500만 돌파.. 실속없는 성장 반성과 대안 (2);ADSL 시장구조 문제점
박창신 heri@dt.co.kr 2001/04/17
삼성전자는 지난 98년 9월부터 지난 2월 말까지 ’뉴ADSL 모뎀칩 연구개발’비로 정보화촉진기금에서 229억99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어 외산에 의존했던 ADSL 모뎀칩셋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가 ‘선도기반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한 이 연구개발의 결과는 시장에서 배척당했다. 개발시점이 너무 늦은 데다 성능면에서도 시장에서 각광을 받지 못한 1.5Mbps급 ‘라이트(G.Lite)’ 규격이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삼성전자 칩셋을 사용하는 국내 모뎀제조업체는 없다. 수입대체를 목적으로 한 ADSL 모뎀 국산화 사업이 실패한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작년 12월 집계한 ‘ADSL 부품 국산화 현황’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은 원가 비중이 약 35%인 모뎀칩, CPU, 플래시메모리 등 3대 핵심 부품을 전량 수입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ADSL시장확대를 내다보고 국내 대기업에 개발자금을 지원하며 장비 국산화를 독려했지만, 아무것도 해낸 것이 없다”면서 “지금의 결과는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적기에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지 못한 결과 국산장비 수출은 고사하고 관련 업계가 저가 외산장비의 공세에 밀려 붕괴될 위기에 직면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에 따르면 4월 현재 외국에서 칩셋을 수입해 모뎀을 생산하는 업체는 외장형 모뎀 5개 업체, 내장형 모뎀 70~80여개 업체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진행중인 한국통신의 올 하반기 물량 60만9000회선에 대한 입찰이 끝나면 전체 업체 가운데 3~4개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 ADSL 모뎀업계의 위기는 국내 장비가 대만산 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데서 비롯됐다. 또 가격경쟁력의 차이는 대만업체는 자국산 칩셋을 값싸게 구매해 모뎀을 조립하는 반면 국내 업체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미국과 대만에서 칩셋을 수입해야만 하는 구조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DSL 모뎀 가격에서 외산 칩셋의 비중은 35~38%이다.
지난 2월 중순 실시된 대만 중화텔레콤의 ADSL장비 낙찰가격은 회선당 173달러(약 22만5000원)였다. 이에 비해 국내 장비업체들은 적자를 보지 않고 최대한 낮출 수 있는 회선당 공급가격이 220달러(28만6000원)라고 말하고 있다. 대만보다 무려 47달러 높은 가격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한통 입찰에서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대만산 모뎀을 수입해 쓰고 있는 리더컴(노텔네트웍스), 청호컴넷(루슨트테크놀로지스), 이스텔이스템즈(시스코시스템스) 등이 가격면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때 국내 모뎀업체들이 서로 칩셋을 수입하려고 다투는 바람에 칩셋 가격을 높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핵심 부품을 전량 외산에 의존함으로써 빚어진 이같은 상황은 결국 국내 ADSL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이번 한통 입찰에서 탈락하는 국내 장비업체는 ADSL 장비 사업자체를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 내수기반을 잃은 상황에서 값싼 대만산에 맞서 수출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올해부터 미국 일본 중남미 등지에서는 ADSL도입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