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 ADSL 저가 낙찰 파장과 전망
안길섭 seobi@dt.co.kr 2001/04/23
한국통신의 올 상반기분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 장비 입찰결과가 알려지자 관련업계에서는 “낙찰가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60만9000 회선의 물량이 걸린 이번 입찰의 공급가가 지난해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관련업체들이 재고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저가경쟁을 벌인데 따른 결과다. 한통 또한 대만 중화텔레콤의 낙찰가(173달러) 보다 낮은 가격으로 예정가격을 책정했고, 10개 입찰참여업체중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이를 충족시켜 낙찰자로 선정됐다. 특히 이번 낙찰가는 향후 국내외 ADSL 장비 입찰의 기준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업체들의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하이닉스반도체, LG전자, 이스텔시스템즈 등 ADSL 집선장비 제조업체들은 사업전략 수정까지 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고, 삼성전자에 모뎀을 공급하는 인터링크시스템 등 4~5개 업체를 뺀 나머지 70~80여개의 국산 ADSL모뎀 개발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대형업체 반응=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ADSL에 대규모 투자를 해 왔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반드시 수주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적자임을 알면서도 한통이 원하는 가격을 써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삼성이 덤핑을 쳤다고 평가할 지 모르지만 삼성으로서는 유일한 선택이었다”며 “현재 30만 회선 규모의 재고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폐기 처분하느냐, 아니면 손해를 보고라도 판매하느냐 갈림길에서 손해를 적게 보는 길을 택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18만5856원에 응찰, 3위를 차지한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는 “16만원대는 (하이닉스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가격”이라며 “그나마 외산업체에 낙찰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통신의 방침에 따라 추가 증설 및 확장 물량 프로젝트가 나올 경우 적극 참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산업체 관계자는 “이젠 한국에서 ADSL관련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6만원대 가격은 원가 개념이 깨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KT 입찰의 경우 입찰가가 공개돼 앞으로의 해외입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재고 처분 차원에서 사업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사업을 접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앞으로 ADSL사업보다는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이나 VoDSL, HDSL, 홈PNA 등의 사업으로 다각화하는 등 대안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비상걸린 국산 모뎀업계=삼성전자에 ADSL모뎀을 납품하는 인터링크시스템 등 5개 업체와 해외수출 기반을 다져놓은 2~3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아예 ADSL 모뎀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업전환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A업체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만이 장비공급업체로 선정됨에 따라 70~80여개에 이르는 ADSL모뎀 업체들의 도산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에 모뎀을 납품하는 업체는 인터링크시스템 외 단암전자통신, 삼성전기, 트리쯔, 아미텔 등이며 알파텔레콤, 텔레드림 등은 해외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밖에 포비전시스템이나 맥시스템, ACN테크 등도 미국이나 일본, 동남아 등 ADSL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해외수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B업체 관계자는 이번 한통 입찰이 국내 ADSL 모뎀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국내 ADSL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모뎀업체가 너무 난립했다”며 “어차피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마당에 해외수출에 나서야 한다면 대만업체와의 경쟁을 생각해서라도 규모의 경제를 위해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낙찰가가 향후 국내·외 ADSL 장비입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ADSL의 급속한 보급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ADSL 장비 구매가가 회선당 127달러로 결정됨에 따라 향후 국제 장비공급가도 이 정도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내달중으로 예상되는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장비 입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디지탈 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