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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의 하루

 

< 1 *

일주일에 한 번정도 오는 그녀가 나는 너무 좋다.
얼굴도 미인이고 몸매도 죽인다.
언제나 손에 들고 다니는 두꺼운 영어사전은 그녀가 똑똑하다는 증거이다.
그녀가 왔다 . 아마 평소때처럼 두통약을 사러 왔나보다.


" 안녕하세요 "
언제나 예쁘게 인사하는 그녀의 모습은 나를 떨리게 만든다 .
" 예..안 녕하세요 "
오늘은 한 번 데이트 신청을 할거다.


" 저기요..... "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그녀를 보고 더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

" 예..말 씀하세요 "
아니야...내가 먼저 말을 걸까 ..... ?

" 피임약 중 먹는게 좋아요? 좌약식이 좋아요 ? "
.............피.. 임..약..

이렇게 내 첫사랑은 떠났다.

< 2 *

" 아저씨, 생리대좀 하나 좋은 걸로 골라주세요 ."
이 아가씨의 말은 나를 돌아버리게 만든다.
첫번째 나는 아저씨가 아니다. 분명히 순진무구한 총각이다.
두번째 내가 차봤냐? 어떤 거가 좋은지 어떻게 아냐 .
가끔식 이런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하는 손님들이 있다 .
취객이 들어오셨다.
" 아저씨, 콘돔 하나만 줘. "
또 아저씨 .......+--
" 여기 있습니다. "
" 이거.... 너무 작잖아. 아저씨거 말고 내거로 줘 "
쓰벌.....내거 봤니?
" 잠시만요. 가게 가서 제거랑 아저씨거랑 사올께요 ."
" 뭐? 가게에서도 콘돔 파나? "
" 꼬깔콘이랑 고무장갑좀 사러갈라고요 . 제 고무장갑이 다 떨어져서.....
꼬깔콘 몇 봉지 사다 드릴까요 ? "


< 3 *

우리 아파트 3층에 사시는 할머니는 자주 빨간약을 사가 신다.
그것도 고쟁이 속에서 꼬불꼬불 숨겨진 천원짜리를 내신다.
" 할머니는 이 빨간약을 대체 어디다 쓰세요 ? "
" 응..이 거...우리 손자 아플때마 다 발라줘. "
" 예? 그렇게 많이 다치나요? "
빨간약은 주로 소독할 때 많이 사용한다.
" 응, 배가 아프면 배에 발라주고 머리 아프면 머리에 발라주고 손 다치면 손에 발라줘."
" 저기 할머니 그거는 만병통치약이 아닌데요."
" 그래도 우리 손자는 금방 낫는다고 하던데 ...."
그 날 3층 복도에서 휴지로 이마를 닦고 있는 대학생을 보았다.
그 대학생은 땀을 닦는 것이 아니라 빨간약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오시는 그 빨간약을 사신 할머니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 할머니, 두통이 싹 없어졌어요. 하여간 할머니가 발라주면 금방 낫는데니깐 "

내가 틀렸다 . 세상에는 만병통치약이 있었다.




2001-05-11 12: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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