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은 3국이 대립하는 형국을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한 유 비가 견제와 균형을 통해 나라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최근 양승택 장관 기자간담회 이 후 정보통신 시장에 3개 사업자가 경쟁 하는 '3강 구도 재편론'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장 3강론은 통 신업계에선 이미 낯익은 화두. 5개 무선전화사업자가 3개로 줄어드는 과 정과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도 '3개 사업자 구도'는 정부가 원하는 통신시장 방향이었다. 하지만 비동기 IMT-2000이 사업권이 SK텔레콤과 한국통신 두 사업자에 돌아가면서 무선에선 SK텔레콤, 유선에선 한국통 신이란 2강 구도가 정착됐다.
이에 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 한다는 명분으로 '통신시장 3강 재편'을 공식 표방했다. 하지만 안병택 전 정통부장관은 업계구도 재편은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이유로 직 접적인 개입을 자제했다. 반면 양승택 장관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과 통신시장 3강 만들기를 위한 구체적 방편으로 '비대칭규제'를 발 표함으로써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양장관 발언에 따라 국내 정보통신 업체들은 누가 어떤 모습으로 3강 진 영에 합류하게 될 것인가를 두고 손익 따지기에 열심이다. 일부 후발 통 신사업자들은 정부가 내놓을 구조조정안이 사실상 살생부가 될 수도 있 다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 등 소위 2강 업체 들은 양장관 발언이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면서도 구체 적인 방안이 어떻게 나올 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왜 비대칭 규제인가 정통부는 비대칭규제 강화 근거로 '통신시장 경쟁 체제 확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국내 통신시장 점유유를 보면 심한 불균형 상태다. 이동전화시장에선 SK텔레콤이 52%, KTF가 33%, LG텔레콤이 14%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유선전화는 더 심각하다. 시내전화는 하나로통신 점유율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 시외 전화도 후발 사업자인 데 이콤(13.8%)과 온세통신 (2.4%)을 모두 합쳐 한국통신에는 상대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이들 사업체들은 누적되는 적자로 시외전화 사업 권 반납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초고속 인터넷은 한국통신, 하나로통 신, 두루넷, 드림라인 등 7개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기업부실이 심화된 분야다. 한국통신(44.7%), 하나로(28.5%), 두루넷(26.8%)이 3강을 이루 고 있지만 한국통신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은 경쟁격화와 막대한 부 채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정통부는 사실상 과점 상태인 통신시장에 실질적인 경쟁관계를 만 들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이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에 구체적인 비대칭규제 방안과 합리적 근거를 찾기 위해 용역을 준 상 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비대칭규제에 관해선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1차 시안이 나올 수 있다"며 "통신시장 재편에 대해 서도 광범위하고 폭 넓게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는 비대칭규제 수단은 선발업체 시장점유율 제한, 통신망 공 동사용 의무화, 접속료 차등 적용 등이 있다 (표 참조). 동원경제연구소 양종인 연구원은 "정부 인허가가 필수적인 통신사업 성 격상 강력한 비대칭규제는 3강 재편을 앞당기고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통부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과 통신시장 구 조 개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단번에 잡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 대칭 규제가 전체적인 통신 시장 구조조정 차원에서도 필요하지만 'LG를 축으로 한 3강구도' 선행작업으로도 필수라는 설명이다.
사실상 업계에선 '3강 재편과 비대칭 규제'를 두고 동기사업자 선정을 위한 마지막 카드라고 보고 있다. LG와 정통부가 동기식 IMT-2000 사업 에 관해 최종 협상을 벌이는 단계라는 소문은 이를 뒷받침한다. LG 구조 조정본부 관계자도 "정부와 모든 협상을 LG텔레콤이 주도하고 있다"고 밝혀 비동기 IMT-2000 사업과 3강 체재 개편이 무관치 않음을 밝혔다.
재계 일각에선 LG를 축으로 하는 3강 재편과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 정,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 보장 등으로 LG가 재계 유력자로 회생할 것이란 이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3강 재편 시나리오 정부는 일단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 파워콤, 데이콤, 두루넷, 드림라인 , 온세통신 등 통합을 유도하고 LG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에 동 기식 IMT-2000 사업권을 부여하는 것을 기본 틀로 하고 있다(시나리오 1 ). 이들 업체가 통합할 경우 유선통신, 무선통신, 회선임대, 초고속인터 넷 등 모든 통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한국통신에 맞먹는 종합 통 신업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문제는 비용. 파워콤 지분 30%를 소유하기 위해서도 파워콤 주식을 주당 3만원선으로 환산하면 약 1조 2-3000억원 비용이 필요하다. 하나로통신 주식 34% 정도를 확보하는 데도 약 5000억원이 소요된다. 단순 계산으로 도 2조원에 가까운 직접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더욱이 하나로통신은 1 조가 넘는 부채와 3천억원 이상 적자를 안고 있고, LG텔레콤은 순 차입 금만 1조 4천억 원에 달하며 누적적자도 7000억원이나 된다. 여기에 부 채가 1조 3000억원 가량 되는 두루넷을 더하면 실제 비용은 수 조원 이 상 들어갈 전망이다. 업계 반발도 예상된다. 데이콤, 하나로, LG 텔레콤 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지분관계가 없는 상태다. 정부 입김이 있더 라도 인위적인 조합은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하나로, 데이콤, 파워콤과 LG 텔레콤을 묶는 방법이 유력해 보인다(시나리오 2). 이미 LG그룹이 데이콤 주인이고 하 나로통신 대주주이기 때문에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 시나리오다. 하나로 통신 두원수 이사는 "파워콤은 지분매각을 앞두고 있고 하나로도 대주주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타당한 구도"라며 "유·무선이 통합하는 세계적 조류와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용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두 원수 이사는 "파워콤 주식을 아무리 낮게 잡아도 M&A 비용이 1조 5000억 원 들어간다"며 "현재 LG그룹이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 다. 정통부에서도 M&A비용에 대해선 "기업이 알아서 할 일", "해외 사업 자나 LG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기본 입장을 나타냈을 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실정이다.
업계 일각에선 현재 자금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으로 포철을 꼽고 있다. 그러나 포철은 여전히 "통신사업에는 관심이 있지만 동기식 IMT-2 000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 다. 따라서 LG 주도의 동기식 사업에 참여를 꺼리는 포철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단 데이콤-하나로-파워콤 등유선 3사를 합치고 LG텔레콤이 제휴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시나리오 3). LG그룹은 일종의 지 주회사로 참여하고 통합 회사는 독자적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위의 어떤 시나리오 든 간에 새로 태어날 3강 업체는 LG를 중심으로 '다 기업 사업자'들이 모인 기업군이란 형태를 띨 전망이다. 실제 3강 멤버 로 지목 받는 사업자들 모두 각기 다른 기업구조와 사업형태를 가지고 있어 느슨한 형태의 다기업군 집단체는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무선 통 신을 하는 LG텔레콤과 유선회사인 하나로 모두 느슨하게 묶인 계열사가 되는 것이다.
전망은 현재 무수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 방안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정통부도 통신시장 3강재편에 관한 원칙만 밝혔을 뿐 이를 실현 하기 위한 해법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LG증권 정승교 연구원은 "3강구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 동기식 IMT-2000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중 심으로 한 3강 구도는 시장 참여자를 설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 했다.
이미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선발사업자들은 "비대칭규제가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 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선발업체들은 정부정책 실패를 선발업체 물귀 신 작전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보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 99 년 가입자 기준으로 세계이동전화 시장에서 10위에 들었지만 현재는 점 유율 제한에 묶여 25위원 밖으로 밀려났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O ECD회원국 중 1위 사업자가 점유율 50%가 넘는 경우가 20개나 된다"며 " 점유율이 높다고 비대칭 규제하는 것은 대형화를 지향하는 통신업계 경 향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LG증권 정승교 연구원은 "정부가 3강 체제를 만들려면 신세기통신을 SK 텔레콤에 넘기는 정책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정책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 정책 실패를 3강 재편으로 돌파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LG를 축으로 한 3강 재편론과 비대칭 규제 방안을 두고 정부는 '특 혜 시비'도 넘어야 한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결국 동기식 사업을 하는 대가로 LG그룹에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며 "비대칭 규제 부분은 특혜 시비를 몰고 올 곳"이라고 예측했다.
3강 체제 개편은 비대칭 규제안이 실시되는 9월 정도부터 본격화할 전망 이다. 그때까지 정부는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비대칭규제안과 시장 참여자들에게 3강구도 납득시키기 위한 합리적 근거마련을 해야한다. 연 세대 정갑영 교수는 "비대칭 규제안은 투명성을 가장 우선 시해야 한다" 며 "만약 비대칭규제가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다면 3강구도 재편은 시장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피력했다.
정통부가 제갈량의 지혜를 발휘할 지 주목된다.
용어해설 정부가 공정경쟁과 소비자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규제를 가하는 동시에 후발 사업자에겐 혜택을 주는 정책을 말한다. 공 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1개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50%를 넘 는 경우와 3개 이하 사업자가 75%를 넘는 경우(시장 점유율 10%미만 업 체 제외)로 규정하고 있다.
출처 : 매일경제